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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을 언급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며 이례적으로 특정 산업을 강조했는데요. 미국과의 협력 기대에 주식 시장이 들썩였고,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조선업, K-조선업에 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조선업

     

    선박을 건조한다고?!

     

    제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은 조선소에서 선박을 설계하고 제조하며, 가공하고 조립하는 산업입니다. 흔히 조선업에선 선박을 건조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건조는 세울 건(建)과 만들 조(造)를 씁니다. 선박을 새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 조선소: 선박을 만들기 위한 시설입니다. 배 한 척을 만들려면 가공, 조립, 도장(도색)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이뤄져야 하기에 조선소는 크레인이나 선박 건조장 등을 갖춘 대규모 시설로 지어집니다. 보통 해안가에 있으며,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선박은 대형 구조물이고, 건조 과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생산 방식을 자동화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업엔 여러 직종이 있고 그에 따른 많은 노동자가 필요한데요. 조선소를 세우기 위한 넓은 부지와 기반 시설도 필요합니다. 긴 건조 기간 탓에 장기간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한편, 조선업은 반도체 산업처럼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땐 교역량과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활기를 띠고, 불황일 땐 수요 감소에 따라 수익성 하락을 버텨야 하는데요. 해운 시장의 변동성도 조선업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해운업과 조선업의 차이
    조선업이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관련된 산업이라면, 해운업은 선박을 통해 제품을 운송하는 산업입니다. 주로 여객선이나 화물선 등을 운항하고, 선박 대여나 선박 관리 사업도 펼치는데요. HMM, 현대글로비스 등이 국내 대표 해운사로 꼽힙니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거잖아!

     

    조선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속합니다. 작년 10대 수출품목에서 수출액 기준 6위를 차지했고, 지난 10월엔 5대 수출품에 들기도 했는데요. 국내 조선사가 주로 건조하는 선박은 일반상선(화물선, 화객선, 여객선)과 중대형 LNG·LPG가스 운반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군함, 해양플랜트(바다 위에서 천연가스, 석유 등 천연자원을 뽑아내는 구조물) 등입니다.

     

    전 세계 조선 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3강 구도로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은 오랜 기간 조선 강국으로 불렸습니다. 통상 조선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수주량, 건조량 등의 지표가 쓰이는데요. 2020년까지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3년 연속으로 1위였고, 2021년에는 산업연구원이 평가하는 조선업 종합경쟁력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R&D, 설계, 생산 부문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수주량: 국내 조선소가 국.내외로부터 수주한 물량을 환산톤수(CGT)로 나타낸 지표
    건조량: 국내 조선소가 수주한 물량 중 건조한 물량을 환산톤수(CGT)로 나타낸 지표

     

    한국이 조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 덕분입니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 조선업이 호황이었던 기회를 틈타 정부는 조선업을 포함한 중공업을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는데요. 당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기술력을 키운 국내 몇몇 조선사가 현재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며 한국의 조선 강국 타이틀이 위협받기 시작했는데요. 중국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전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4%(4,149만 CGT)였지만, 중국은 59%(2,446만 CGT)였습니다.

    올해 조선업 종합경쟁력 평가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은 국영 조선소에 대한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과 질적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국내 조선사가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등을 잇달아 수주하는 추세는 다행입니다. 한국은 LNG 운반선 분야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데요. LNG 운반선은 국제적인 친환경 전환 흐름에 따라 LNG 수요가 늘면서 인기가 높아졌고,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탓에 제조 비용이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선박에 해당합니다.

    액화천연가스(LNG):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입니다. 냉각된 천연가스를 저장기지로 운반하는 데 극저온 탱크가 필요하고, 열 손실 방지와 안전한 운반을 위해선 높은 설계 기술력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LNG 운반선의 가격 상승은 새로 건조되는 배의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신조선가지수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2022년 말 2억 4,800만 달러였던 LNG 운반선의 가격은 작년 말 2억 6,500만 달러로 6.9% 상승했는데요. 지난 9월 초 신조선가지수(189.7포인트)는 2008년 역대 최고치였던 191.6포인트에 근접했습니다. 지난 1분기엔 한국의 선박 수주액(136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죠. 이 기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29척)은 국내 조선사가 100% 수주했습니다.

     

     

    K조선의 주역은 누구?

     

    국내 조선 업계 빅3

     

    한국의 대표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입니다. 이들 빅3와 HD현대그룹의 계열사인 HD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3월 단일 조선소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 1~4위를 싹쓸이했는데요. 순위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중공업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일 조선소가 아닌 그룹 기준으로 보면 중국 국영 조선그룹인 중국국영조선공사(CSSC)가 1위긴 합니다.

    🔍 수주잔량: 국내 조선소가 수주한 전체 물량 중 건조하고 남은 물량을 환산톤수(CGT)로 나타낸 지표

     

     

    지난 3분기 국내 조선사 3사는 13년 만에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매출(6조 2,458억 원)과 영업이익(3,984억 원)은 조선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6%, 477.4% 증가했고, 그 중 HD현대중공업의 매출(3조 6,092억 원)과 영업이익(2,061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1497.7% 급증했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매출(2조 3,229억 원)과 영업이익(1,199억 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58% 증가했습니다. 한화오션 역시 LNG 운반선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2조 7,031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죠. 영업이익(689억 원)은 직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외주비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5.5%가 줄면서 3사 중 다소 부진했습니다.

     

    트럼프가 한국에 손 내민 이유?

     

    미국 군함을 좀 손봐줘야겠어

     

    한국이 강점을 지닌 조선업은 트럼프 정권 2기의 수혜 업종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방산 분야의 군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주목받는데요. 트럼프가 중국과의 해양 패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군함을 중심으로 조선업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2012년 중국이 해양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조선업을 키워오자, 미국은 군함 수에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조선업을 발전시켜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중요한 해군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는데요. 이런 미국이 조선업에 우위가 있는 한국이 협력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선박 건조 전문성을 높이 산 것입니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해군력 강화를 위해 노후화된 외국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들여와 국산화하는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함 건조와 수리, 인력 확보에 자신감이 붙었고, 현재 군함 관련 국산화율은 60%가 넘는 상황인데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에 앞서 미국 정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최근엔 국내 조선사의 MRO 수주 성공 소식이 잇달아 전해집니다. 지난 8월 말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월리 쉬라)의 MRO 수주에 성공한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치된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HD현대중공업은 페루와 잠수함 공동개발을 통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 외에 한화오션은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에콰도르 등 해외 군 관계자에게 잠수함 건조 역량을 소개하기도 했죠. 잠수함 1척 수출은 고급 승용차 2만 대를 판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조선업이 그렇게 약해?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어쩌다 조선업에선 후퇴하게 됐을까요? 미국의 조선업은 2차 세계대전 시기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1970년대 한국이 조선업에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과 달리, 미국은 글로벌 경쟁 심화, 미국 조선사의 유럽 인수 등으로 자본력과 경쟁력을 점점 잃어갔습니다.

    특히 일반 상선보다 군함 건조에 더 집중하면서 상업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이에 선박 건조 능력 자체는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었죠. 올해 들어 지금(1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는 약 1,900척이 넘었는데, 이 중 미국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고작 2척에 그칩니다.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도 미국 조선업의 자생적 회복은 어렵다고 본 결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효과 볼 수 있을까

     

    그동안 국내 조선사의 해양 방산 분야는 대부분 내수에 그쳤습니다. 국내 사업으로만 운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한 자릿수대인데요. 향후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익률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일단 매출 자체가 늘어나고, 단가를 높여서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업 제재를 통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낸다면, 한국 조선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선박 가격이 고점을 찍는 등 선박 가격 상승세까지 더해져 조선 업계의 슈퍼사이클이 재현될 거란 분석도 나오죠. 카타르가 추진 중인 LNG 운반선 발주에서 한국 조선사는 최대 20척을 수주 성공할 거란 기대를 받습니다. 러-우 전쟁 종식 가능성이 커지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정상화되면 새로운 선박 건조나 정비 수요도 늘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주요 선종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주시해야 합니다. LNG 운반선의 호황으로 아직 심각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컨테이너선, 탱커선 등 다른 선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과 동시에 내년 시장 경쟁 상황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조선업은 다른 산업과의 상호작용과 연계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어떤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생산물이 사용되는 산업으로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쪽을 전방 산업, 생산물이 만들어지기 위해 원재료를 공급하는 산업을 후방산업이라고 하는데요. 조선업의 전방산업은 해운업, 레저업 등이고 후방산업은 철강, 기계, 전자 산업 등입니다. 한국 조선업의 호황은 다른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에 밀렸던 한국 조선업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때라는 지금. 품질과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강도의 중장기적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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