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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자면 어디일까요? 좀처럼 전쟁의 불길이 꺼지지 않는 중동 지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봉합될 듯싶던 중동 분쟁은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로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인데요. 동시에 각국 정부와 기업은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주요 산유국이 중동 지역에 몰려 있는 탓이죠. 전쟁의 여파로 하루가 멀다 하고 유가가 급등한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지금, 유가와 운명을 함께 하는 정유 업계의 소식을 놓칠 수가 없습니다. 국내 정유 업계의 구조와 유가 상승에 따른 업계의 영향, 최근 동향까지 담아봤습니다.
원유와 석유의 차이
석유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원유는 석유를 천연으로 산출한 것, 석유제품은 원유를 정제한 것을 의미하는데요. 석유제품은 또다시 쓰이는 용도에 따라 휘발유, 등유, 중유,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아스팔트 등으로 분류됩니다. 일상에서 석유는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등 내연기관의 연료와 산업 및 가정용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옷과 세제 등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도 쓰이죠. 한편, 정유는 원유로부터 다양한 원료를 추출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정유 회사는 원유를 정제해 각종 연료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등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석유 산업과 정유 산업
석유 산업은 석유를 상품이나 소재로 하는 산업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원유의 생산부터 정제 과정까지 포괄하고, 넓은 의미로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까지 포함하기도 하죠. 석유 산업은 보통 상류 부문(Upstream)과 중류 부문(Midstream), 하류 부문(Downstream)으로 구분됩니다. 상류 부문은 지하에 있는 석유를 탐사 및 개발해 생산하는 단계를, 중류 부문은 생산된 석유를 정유 공장으로 운송하고 저장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마지막 하류부문은 생산된 원유를 정제하고 판매하거나, 이를 원료로 삼아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단계입니다.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의 석유 산업은 주로 중·하류 부문에 치우쳐 있는데요. 이처럼 상류 부문 산업에 참여하지 않고 원유를 사서 정제해 석유제품을 파는, 하류 부문만 담당하는 산업을 통상 정유산업이라고 부릅니다.
석유가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
정유 공장에서 정제된 원유(석유제품)는 주유소나 개인 등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여러 유통 경로를 거칩니다. 석유제품의 유통은 크게 정유사의 직접 판매와 중간 판매자인 대리점을 통한 판매로 나눌 수 있는데요. 대리점은 쉽게 말해 석유제품의 도매를 담당하는 곳으로, 흥구석유와 중앙에너비스 같은 업체가 이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의 직접 판매는 판매 규모가 크고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이뤄지는데요. 대리점을 통한 판매는 소도시, 중소 제조업체 등 상대적으로 판매 단위가 적고 구매자가 분산돼 있죠. 한편,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석유 대부분은 대한송유관공사를 통해 전국 각지에 공급됩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원유를 저장하는 저유소와 송유관을 운영합니다.
직영 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차이
이렇게 정유된 기름은 어떻게 우리에게 도달할까요? 먼저, 정유사에서 정제된 원유가 정유사 소유의 직영주유소로 바로 유통되는 경우와 정유사에서 대리점을 거쳐 일반주유소로 유통되는 경우로 나뉘는데요. 직영주유소는 정유사 소유의 땅과 건물을 토대로 정유사가 직접 경영 및 관리를 하는 주유소입니다. 반면, 일반주유소는 개인이 본인 소유의 땅과 건물에 정유사의 브랜드를 빌려 운영하는 주유소입니다. 간판 브랜드를 포함해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할 수 있으며, 본사의 개입은 받지 않죠. 그래서 일반주유소의 경우 간판은 SK지만 GS에서 공급받은 휘발유를 팔기도 합니다.
국내 주요 정유사
정유 회사는 원유를 정제해 각종 연료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등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유사는 대체로 원유를 정제하고 휘발유, 경유 같은 석유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데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오일(에쓰오일)이 4대 정유사로 불립니다.
🟠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로, 우리나라 최초의 정유 회사인 대한석유공사에서시작됐습니다. 주요 사업 분야로 석유, 화학, 해외자원개발 등이 있으며,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의 조사 결과 올해 1~2월 기준 가장 높은 소비자 관심도를 기록했습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 시장에서 점유율 1위(29.1%) 자리를 지키기도 하죠.(2023년 기준) 연간 3억 배럴이 넘는 생산 능력과 일일 84만 배럴에 달하는 정제 능력을 갖췄는데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59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GS칼텍스: 정유, 윤활유, 석유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칼텍스는 일일 80만 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을 보유합니다. 작년 기준 영업이익(1조 6,838억 원)이 전년 대비 58% 줄어드는 등 다소 저조한 실적을 마주했습니다. 실적 부진에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자, 최근 직영 주유소를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동시에 바이오 사업, 수소 및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 에쓰오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모회사인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자회사 AOC가 최대 주주로 있습니다. 원유 전량을 아람코에서 수입하는 등 아람코와의 협력으로 높아진 경쟁력은 정유 시장의 점유율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는데요. 경질유 시장에서 에쓰오일은 24.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2023년 기준) 내수 연료 시장에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전통적으로 부동의 1, 2위를 달렸던 것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 기준 에쓰오일의 점유율은 16.4%에 그쳤죠.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주유소 수도 137개 늘었습니다. 정유 4사 중 가장 많은 증가 폭입니다.
🔵 HD현대오일뱅크: 우리나라 최초 민간 정유 회사입니다. 일일 원유 정제능력은 69만 배럴이며, 정유 4사 중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은데요. 2023년에는 점유율은 전년(22.8%)보다 더 하락해 21.7%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19.6%, 77.9%, 90.5% 감소하며 실적 악화를 겪었죠. 다만, 올해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개선될 전망을 받습니다.
주유소마다 다른 기름 가격, 왜 그럴까?
기름 가격은 주유소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차이가 납니다. 대체로 일반 주유소보다 직영 주유소의 가격이, 지방에 있는 주유소보다 수도권에 있는 주유소의 가격이 더 높은데요. 이는 주유소별로 서로 다른 영업전략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1997년 유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주유소는 각기 다른 기름값을 책정할 수 있게 됐죠. 이에 영업전략도 박리다매 전략, 평균가 또는 최고가 전략 등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됐습니다.
또한, 지역별로 발생하는 가격 차이는 부동산 가격과 소비자의 특성, 대리점 공급가 등에 따른 것입니다. 같은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더라도 지가가 높고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들이 밀집한 곳의 주유소라면 기름값을 굳이 낮춰서 팔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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