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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 기조에 따른 달러화 강세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달러화 강세입니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같은 기간 4.8%나 상승했죠.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의 호황을 보이면서 당초 6월로 예상됐던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7월 이후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연초에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수 있다고 바라보기도 하죠. 지난 18일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라는 파격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 인덱스가 전일 대비 0.206P 상승했습니다. 

     

    연이은 무력 충돌로 달러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를 부추겼습니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을 당시엔 환율이 장 중 1,392.9원까지 상승하며 1,400선을 위협했죠. 전문가들은 중동 확전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을 매도하고 안전 자산인 달러를 매입하는 양상이 보인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적극 대응하겠다는 금융당국

     

    4번째 1,400원 돌파 지난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한때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4번째 1,400원 돌파인데요. 이날 2시 55분경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가 과도하게 평가절하됐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환시장에 정부가 구두개입한 것은 2022년 6월 이후 1년 6개월만입니다. 발표 직후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고 1,394.5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26개국 중 7번째로 환율 낙폭 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는데요.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달러 강세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국가에 비해 원화 가치의 낙폭이 큰 편이죠.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주요 교역국 26개국의 1월 1일부터의 환율 낙폭을 계산했을 때 한국(7.3%)은 칠레(10.0%), 일본(9.8%) 등에 이어 7번째로 높았습니다.

    안 그래도 고물가인데 원화의 평가 절하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까지 계속될 경우 고물가 부담이 가중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인데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항공·해운 등 물류업과 자동차·조선·철강 등 업종에서도 생산 원가가 치솟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유가 상승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환율, 언제 잡힐까?

    미국 경제 지표 주목

    현지 시각 25일, 26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환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25일에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26일에는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경제의 성장은 물가 수준을 높이고, 고물가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을 늦춰 강달러 현상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PCE는 미 연준이 물가 지표로 가장 주목하는 지수로 올해 1월(2.4%), 2월(2.5%) 연속으로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는데요. 시장은 이러한 지표를 확인한 뒤 일찌감치 연준이 올 상반기 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죠. 전문가들은 3월 PCE 수치마저 예상보다 높을 경우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아예 사그라들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수록 달러 강세가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이란 확전 여부가 중요 

    중동 사태의 전개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거세지면 불안 심리에 의해 안전 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을 예상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를 매입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큰데요.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1,400선은 지킬 것

    정부와 외환 당국이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히면서 이스라엘-이란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환율이 1,400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16일 정부가 공식적인 구두개입 의사를 표명한 이후 환율이 소폭 하락한 사실을 두고 환율 상승세가 견고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두 개입만으로는 단기적으로 1,400원을 지킬 수 있을지언정 추세적인 하락 반전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유가 상승,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고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외환시장 불안이 실물 경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연내 1회 이상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은 여전한데요. 환율 하락세 전환을 위해선 미국의 금리 인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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