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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산업은 최근 언론의 주목을 특히 많이 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변별력 문제, 일명 ‘킬러 문항’ 배제 원칙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으로 입시 환경을 규탄하고, 뒤이어 이규민 평가원장이 사임하는 등 정부의 굳은 개입 의지가 드러났는데요.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교육열을 대변하는 사교육, 그중 화제의 중심에 선 학원 산업의 현황과 이슈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학원 산업의 수익은 어디서
대한민국 대형학원의 존재 가치는 결국 대학 입시입니다. 전통적인 재수학원은 물론이며, 초중등, 심지어 영유아 대상으로 제공하는 커리큘럼도 대입에서 유리한 역량을 강조합니다. 1993년 수능 도입 이래 정부 방향성에 따라 논술,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등장했습니다. 대부분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억제를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학원 업계는 발 빠르게 적응해 각 전형에 맞는 준비 과정을 제공했습니다.
견고한 학원의 아성, 재수학원
본고사, 학력고사, 수능까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재수학원은 대입 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학생에게 필수였습니다. 현시점 수도권 2개 이상 지점을 보유한 대형 재수학원 브랜드는 7곳입니다. 재수학원의 조상 격인 종로학원과 대성학원을 포함해 시대인재N, 메가스터디학원 등 브랜드마다 지점 당 몇백 명의 학생이 등록합니다. 숙식을 제공하며 일 년간 공부하는 전형적인 재수부터 대학을 한 학기 마치고 공부하는 ‘반수’, 선택한 과목만 수업을 듣는 ‘단과’ 등 수요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요. 수능 응시인원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재수생 비율은 매년 올라 수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수학원인 강남대성학원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매출 200억 원 내외를 유지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견고합니다.
수시 70% 시대, 컨설팅 학원
대입은 학생부(생활기록부) 기반 수시 모집과 수능 성적 기반 정시모집으로 나뉩니다. 서울 소재 15개 대학은 40% 내외 정시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대학 평균 비율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자리는 학생부 교과와 학생부 종합 전형이 차지합니다. 특히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율이 높은데요. 내신(교내 시험 성적)과 각종 교내 활동을 함께 평가하기에 대학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지원을 돕는 컨설팅 학원도 성황입니다. 지원 기간에 맞춰 개별 강사가 대학 선정과 관련 서류 준비를 돕는가 하면, 대형 재수학원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특목고) 출신 선생님을 영입해 단체로 상담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상담 비용이 비싸고 서울 학군에 컨설팅 학원이 몰려 있어 대부분의 학생에게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문제로 대부분 대학이 수시 모집 시 제출하는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사교육 열기를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요즘 대세, 사설 모의고사
본래 사설 모의고사는 재수학원에서 월별, 분기별로 재학생에게 실시하던 것입니다. 일부 학원과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 거래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외부 학생에게는 잘 제공하지 않았는데요. 수능 역사가 쌓여 문제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자 이를 미리 연습하는 고난도 모의고사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학생의 지불 의사는 충분했지만 공급이 매우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이 점을 포착한 대형학원과 인기 강사는 고액을 지급하고 대학생과 강사를 끌어모아 사설 모의고사를 대거 제작했습니다. 문항 당 수백만 원을 투자하며 만든 모의고사는 콘텐츠 갈증에 시달리던 학생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거대한 매출을 가져다 줬죠. 신흥 강자를 넘어 업계 선두에 오른 시대인재 학원은 우수한 사설 모의고사가 성장동력이자 강점일 정도로 규모 있는 시장입니다.
인강 보편화에도 불구하고
인강은 고품질 사교육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우수한 강사와 교재를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지리적요소의 영향이 많이 줄어들었죠. 그런데도 아직 강남 3구와 대치동의 아성은 높습니다. 대부분의 인강 강사가 현장강의(현강)를 병행하며 면대면 수업을 유지할뿐더러, 앞서 등장한 사설 모의고사도 일부만 인강 업체를 통해 공개 판매합니다. 현강만 진행하는 인기 강사나 B2B 판매만 시행하는 사설 모의고사, 세분화한 대입 컨설팅도 대형 학원에 가야만 접할 수 있습니다. 해당 요소가 수능 성적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지라도, 상위권 대학을 목표할수록 조금의 차이를 내기 위해 학원가로 몰립니다. 온라인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여전히 대형 학원의 위상이 공고한 이유입니다.
대표 학원 기업 살펴보기
30년간 유지한 수능 체제 아래서 대형 학원 업체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교육과정 개편, 인강 확대, 사설 모의고사 등 트렌드를 읽고 대응한 업체가 학생을 쓸어가는 구조인데요. 코로나19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재무 상태가 부실한 업체나 중견 규모 학원을 대형 학원이 흡수하고 인강에 진출하는 강사도 늘어났죠. 꾸준한 수익성을 입증한 업체에는 외국 자본 중심 사모펀드가 투자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대성학원
1965년에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원 기업입니다. ‘대성학원’은 브랜드명으로 엄밀하게는 ㈜대성 출판이 주요 법인인데요. 학원마다 별도 법인을 두고 운영해 창업주 일가가 골고루 지분을 소유한 지배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노량진에 있는 대성학원 본원과 강남대성학원을 보유한 ㈜디지털대성, 대성교육출판 등이 주요 관계사입니다. 수능 체제 도입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과거 종로학원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고 업계 선두로 올라선 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자체 연구소와 계열사로 둔 사설모의고사업체(이감)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학원 현강, ㈜디지털대성 산하 대성마이맥에서 인강을 담당합니다. 현재 ㈜대성 출판은 2세 경영 중이며, 창업주 일가 3대와 4대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이컨시
‘시대인재’ 브랜드를 2014년 강남 대치동에 런칭해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며, 대성학원을 뛰어넘었다는 평도 나옵니다. 작년 매출 3,189억 원, 영업이익 29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9.4%로 코스피 상장사 평균 3.6%와 비교하면 재무구조가 상당히 우수한 편인데요. 현장 강의와 사설 모의고사로 구축한 경쟁력 덕분입니다. 특히 시대인재에서 생산한 사설 모의고사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주위 제본소에서 불법복제가 성행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죠. 하이컨시는 대찬, 세움 등 대치동 중소학원을 연이어 인수합병(M&A)하며 덩치를 불리고 있습니다. 작년 VC로부터 받은 초기투자금 100억 원을 모두 상환하고 온라인 확대와 내년 용인에 설립하는 재수학원을 위해 국내사모펀드(PEF)로부터 500억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종로학원
가장 유서 깊은 재수학원 브랜드이자 1990년대까지 업계 선두였던 교육 기업입니다. 1965년 정경진 창업주의 설립 후 학력고사 시대에는 매년 서울대와 연고대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했던 학원인데요. 앞서 언급했듯 수능 도입 이후 대성학원에 밀리며 세가 줄어들었습니다. 급기야 2014년 하늘교육에 30%가량의 지분을 매각하기에 이르렀죠. 2019년 이후 꾸준히 350억 원 전후의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작년 영업이익 12억 4,163만 원, 당기순손실 85억 6,584만 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업계 내 경쟁자에 비해 부진한 모습입니다. 2020년에 이어 다시 자본 잠식에 들어선 것도 위기인데요. 인강, 지방 분원 설립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아 앞날은 더욱 어두워 보입니다.
학원 산업을 둘러싼 최신 이슈
대통령이 선언한 ‘공정 수능’
수능 문항의 난이도를 지적하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로 학원 산업은 연일 난리입니다. 작년 3월 정부가 내린 교과과정 내 출제 지시가 수능 6월 모의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자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사교육계와 수능 출제 인사 간 유착관계까지 의심하는 등 심각한 의제로 판단했습니다. 정부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상위권 변별을 위해 출제하는 킬러 문항입니다. 교육과정의 취지를 벗어나는 문항이라 지적했는데요. 사고력을 평가하는 수능 문항의 난이도를 단순히 국어 영역의 지문 주제나 수학 영역의 문제 형식으로 평가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시에 뒤따르는 정부 기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원(수능 출제기관)에 출제 전략을 제시하는 방안을 세웠습니다. 또한 국민 신고를 강조하며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했는데요. 사흘 사이 40건이 접수됐고 이 중 6건이 사교육계 유착 의심으로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입시학원을 대상으로 부당광고 등을 집중 점검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면 2013년 박근혜정부 이후로 10년 만입니다. 포착한 학원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입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투자행렬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은 대형 학원의 기업가치를 높게 판단합니다. 고난도 문항을 축소한다 해도 시험은 변별력을 갖춰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도 여전하리라는 판단인데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하이컨시의 기업가치는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며, 기숙학원 설립과 추후 증시 상장을 통해 충분히 회수 가능하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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