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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같은 금융자산 투자의 인기가 갈수록 늘어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웬만한 가구에선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데요. 올해 5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5억 2,727만 원 정도이고 이 중 78.6%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28.5%)이나 일본(37.0%), 영국(46.2%)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하나은행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들 역시 자산의 50%가 부동산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부동산의 나라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내로라하는 기업들 역시 부동산을 꽤 많이 보유 중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부동산 부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5대 그룹이 가진 땅 값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이라고 하면 흔히 '5대 재벌'이라고 불리는 삼성, 현대, LG, SK, 롯데그룹을 꼽는데요. 부동산 역시 5대 그룹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5대 재벌 부동산 보유 현황'이라는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상장사들의 제무재표를 분석해 5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 규모를 분석했습니다.
삼성동 땅 부자, 현대차그룹
경실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중 땅 부자 1위는 현대차그룹입니다. 보유한 토지 가격만 무려 25조 5천억 원에 달하는데요. 2007년에 비해 20조 원 넘게 증가한 수준이죠. 이 중 상당 부분을 삼성동에 위치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가 차지합니다. 과거 2014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로 본사를 옮기게 됐는데요.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지가 좋았던 터라 기업들은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죠. 당시 한국전력 부지의 공시지가는 2조 원대였고, 감정가액은 3조 3천억 원이 넘었는데요. 당시 삼성전자도 4조 6,7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써내며 경쟁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2배가 넘는 10조 5,500억 원으로 한전 부지를 낙찰받았습니다. 당시엔 너무 비싸게 샀다는 말도 많았죠.
그러나, 땅값이 매년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이미 낙찰액을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014년 평당 6천만 원 정도였던 한전 부지 공시 가격은 작년 7,400만 원대로 올라섰습니다. 공시가격만 5조 9,300원으로 훌쩍 뛴 겁니다. 인근 지역의 토지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의 2~4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22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는데요.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습니다.
비공식 땅 부자 1위, 롯데그룹
현대차그룹 다음으로 토지 자산이 많은 곳은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보유한 토지 가격을 합치면 17조 4천억 원에 달하죠. 사실 롯데 그룹은 알 사람은 다 아는 부동산 재벌 기업입니다. 그 배경엔 신격호 창업주의 남다른 부동산 사랑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1940년대 일본에서 기업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부터 신 창업주는 돈을 버는 대로 부동산을 사들여 왔습니다. 1973년 기준, 일본 롯데의 부동산 가치는 지금 시세로 1조 1천억 원이 넘는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영향을 받아 한국 롯데 역시 부동산 투자에 활발히 뛰어들었죠. 롯데는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롯데제과 본사 부지(2만 3천㎡), 서울시 종로구 소공동 호텔 롯데 인근 부지(2만 3,10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3만 5천㎡), 잠실 롯데월드(13만㎡)와 롯데월드타워 부지(8만 7천㎡) 등 서울에만 알짜배기 땅을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부동산 부자 1위 기업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경실련 자료는 상장사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비상장사가 가진 부동산까지 합치면 롯데그룹의 자산이 월등히 많을 것이란 분석이죠. 실제로 잠실 롯데월드 부지 상당 부분을 보유한 롯데 물산, 8조 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호텔롯데 등은 모두 비상장사입니다.
그다음은 삼성·SK·LG
삼성그룹의 부동산 보유 규모는 13조 8천억 원 정도입니다. 국내 1위 기업의 명성을 고려하면 예상보단 많지 않아 보이는데요. 서울시 서초동의 삼성서초사옥 부지, 대치동 오피스 빌딩인 대치타워 부지, 서울시 중구 순화동의 에스원 빌딩 부지,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옥 부지 등이 대표적이죠. 2016년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부영그룹에 매각하는 등 일부 부동산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10조 원이 넘는 땅을 갖고 있습니다.
SK와 LG그룹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각각 8조 원, 6조 7,900억 원으로 그다음입니다. 5대 그룹의 부동산 장부가를 합치면 71조 7천억 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요. 2007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입니다.
강남 땅 부자 누가 있을까?
우리나라엔 기업뿐 아니라 개인 중에서도 부동산 부자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을 중심으로 전설적인 땅 부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요. 개인 명의로 된 건물을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강남의 부동산 부자는 누가 있을까요?
강남 1조 부동산 부자, 박옥성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칠산개발 전 대표 박옥성 씨입니다. 강남구 삼성동에만 빌딩 7채, 대치동엔 9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부동산 자산 규모가 1조 1천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죠. 이게 사실이라면 매년 최대 700억 원에 가까운 수익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옥성 전 대표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건 알려진 것도 1990년대 종합토지세 납부 순위 기사에 이름이 등장하면서부터인데요. 당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보다 더 많은 토지세를 낸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죠. 그러나, 박옥성 전 대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부동산을 가지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소문만 무성한데요. 박정희 정권 시절, 박옥성 대표가 강남 개발을 직접 설계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운전기사였고 이후락 정보부장이 박옥성 대표의 명의로 강남에 건물을 사뒀다는 루머가 돌기도 하지만 진위가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부동산 재벌 2세, 단재완
해성그룹의 단재완 회장 역시 강남 부동산 3대 부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성그룹을 창업한 건 고 단사천 회장입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최고의 현금 부자였던 단사천 회장은 명동 사채 시장의 '쩐주'로 군림하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금을 쥐락펴락했는데요. 과거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나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같은 재벌 총수들도 돈줄이 막히면 단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아들 단재완 회장은 단사천 회장의 막대한 재산을 대부분 물려받았습니다. 단 회장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쌍둥이 빌딩’, 해성1빌딩과 2빌딩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그 가치만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죠. 이 외에도 성수동, 서초동 등 서울의 알짜배기 지역에 건물이 있다고 합니다.
해성그룹은 해성산업, 한국제지, 한국패키지, 계양전기, 해성디에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으로 영업이익도 크지 않아 실적으로만 보면 특별한 것 없는 회사인데요. 놀랍게도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만 수조 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부동산 재벌 기업입니다. 특히 부동산 임대와 시설관리가 주요 사업인 해성산업은 2009년부터 10년 동안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20%에 이르는 알짜기업이죠. 단재완 회장은 해성산업의 지분 28%를 넘게 보유한 최대 주주기도 합니다.
강남의 랜드마크 GT타워 소유자, 김대중
마지막 부동산 부자는 바로 가락건설의 김대중 회장입니다. 강남역 9번 출구에서 나오면 독특한 물결 모양의 고층 빌딩을 볼 수 있는데요. 강남의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GT타워죠. 이 건물이 보유한 것이 바로 김대중 회장입니다. GT타워의 건물 가치는 약 4,000억에서 5,000억 원 사이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2008년 공사 당시 김대중 회장이 1,0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대출 없이 오직 현금만으로 냈다는 사실인데요. 고려청자의 곡선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GT타워는 이후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김대중 회장이 강남에 가지고 있는 건물은 강남 GT타워뿐만이 아닙니다. 강남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GT대각빌딩도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 빌딩과 관련해서도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강남에 삼성타운을 만들고자 GT대각빌딩을 매입하려 했지만, 김대중 회장이 거절해 결국 실패했다는 얘기인데요. 김대중 회장은 강남의 건물들 외에도 GT가락빌딩, GT대공빌딩, 그리고 GT동대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땅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재력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땅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재력의 척도인 만큼, 그 땅 위에 펼쳐진 이야기들도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기업과 개인이 부동산 부자로 등극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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