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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위기입니다. 성장률이 점점 둔화하고,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는데요. 놀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중국 경제가 다시 이전의 고도성장을 되찾긴 어려워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의 '경제 기적'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강력한 국가 통제를 기반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 정책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는데요.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경제 성장 모델이죠. 그러나 중국이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서 이런 동아시아적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은 중국 경제의 위기와 동아시아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경제, 지금 어떤 상황이야?
낮아진 경제 성장률
올해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4.6%에 그쳤습니다. 시장의 예상치였던 4.4~4.5%를 소폭 상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에는 못 미치는 수치인데요. 중국은 작년 3분기 4.9%, 4분기 5.2%, 올해 1분기 5.3%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폭을 키워왔지만, 올해 2분기 성장률이 4.7%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올해 누적 성장률은 5%를 하회하는 4.8%에 그쳤습니다.
침체한 부동산 시장
중국 경기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입니다. 중국은 전체 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0% 정도로 매우 높은데요. 이는 중국이 경제 성장 과정에서 부동산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과잉 공급과 이로 인한 부동산 부문의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최대의 규모의 부동산 개발 회사였던 헝다의 파산으로 본격화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연결된 여러 산업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철강과 시멘트 등 부동산 건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산업부터, 금융과 소비재 등 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까지 휘청이죠.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라 대출의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커지고,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구와 전자제품 등 소비재 구매도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안 쓰는 사람들
부동산 시장의 둔화는 가계 소비 둔화로도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를 넘습니다. 도시화 과정에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며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고, 중국 가계는 투자와 소비 대신 부동산에 자산을 집중했죠.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도 급속도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비재 소매 판매 총액은 23조 5,969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외식 소비 증가율은 7.9%, 온라인 소비 증가율은 9.8%로 10%를 채 넘지 못했는데요. 특히 6월에는 중국의 연례 온라인 쇼핑 축제인 '6.18 쇼핑축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소비가 전년 대비 1.7% 감소하기도 했죠. 고가의 식당이 잇달아 문을 닫고, 버블티 초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중국의 소비 둔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점점 커지는 디플레이션의 위협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내수가 둔화하면서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집니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4%로 시장의 전망치인 0.6%를 하회했는데요.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물가로 신음한 것과 달리, 중국은 2023년부터 줄곧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무릅니다.
디플레이션
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언뜻 보기엔 소비자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경제 전제 악영향을 미치는데요. 일단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미래에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즉각적인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이는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은 투자 축소로 대응하게 됩니다. 투자가 줄면 고용과 임금이 줄고, 이는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만들어내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선 중국 정부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중국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대규모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인데요. 먼저,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금리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기로 했죠.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였던 5%에 미치지 못하리란 전망이 확산하자 부랴부랴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는 것입니다.
부동산 의존도가 큰 이유는?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
중국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시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도시화를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삼아 대규모 도시 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장려했죠. 농촌 인구를 도시로 적극적으로 이주시키면서,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주택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도시 개발을 통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고, 도시 기반 시설을 확충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중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정부 차원에서도 부동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부동산 기업들과 부동산 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중국에서 초대형 부동산 재벌이 등장하고, 부동산 관련 가계 부채가 급증한 원인입니다.
특히,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토지 사용권 매각을 통해 경제 발전을 위한 자금을 확보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토지 소유권이 정부에 귀속돼 있어서 지방 정부는 부동산 개발 업체에 일정 기간의 토지 사용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해왔는데요. 토지 매각은 지방 정부가 인프라 개발, 공공 서비스 제공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방법이었고, 이는 지방 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장려하게 된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한 선호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삼으면서 가계의 부동산 투자도 활발해졌습니다. 중국 가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매우 안정적인 자산으로 여기고, 장기적인 자산 축적 수단으로 삼는데요. 경제 성장과 도시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형성됐고, 중국 정부까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부동산 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선호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위기에 취약한 원인이 됐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때야 괜찮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어 소비 여력이 덩달아 감소하는데요.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받아둔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가 나빠져도 이자는 계속 내야 하기 때문이죠.
동아시아식 발전 모델의 한계?
잘 아끼지만 잘 쓰질 못한다
중국은 2000년대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2대 경제 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 엔진이 점점 꺼져가면서, 소비보다 저축을 강조하던 동아시아식 경제 발전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동아시아 국가는 주로 정부가 나서서 가계의 소비를 억제하고, 이렇게 쌓인 자본을 수출 대기업들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는데, 이제 이런 성장의 끝이 보인다는 해석입니다.
동아시아, 특히 일본, 한국,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끌기 위해 주로 수출에 의존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습니다. 1950년대 이후엔 일본이, 1960~80년대 한국이, 1990년대 이후엔 중국이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는데요. 이런 구조에서는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이 우선시됐습니다. 아예 국가 차원에서 저축을 장려하고,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습니다.
잘 써야 잘 사는 시대
하지만, 이런 정책은 고도성장기엔 유효했을지 몰라도 완숙기에 도달했을 땐 한계가 뚜렷해집니다.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은 글로벌 경제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거나 주요 수출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중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죠.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은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직면하면서 이런 문제를 경험했습니다.
또, 수출 주도형 모델은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경제가 고도화한 이후에는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내수 시장이 성숙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국가 경제가 취약해지는데요. 일본과 중국 모두 내수 활성화의 어려움을 겪으며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지속되는 중입니다. 미국의 경우 과거부터 내수 시장이 매우 컸고, 경제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수출보다는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공급했는데요. 금융 시스템도 고도로 발달해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할부금융 등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돼 있기도 하죠. 이런 내수 주도형 성장은 미국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덜한 편입니다. 수출 중심의 경제이면서도, 글로벌 수요가 큰 반도체, 자동차, IT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을 발전시켰기 때문인데요. 제조업과 부동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일본이나 중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한국은 IT,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경제의 다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동시에 내수 진작에도 신경을 써왔습니다. 체계화된 복지정책과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이 내수 활성화를 도왔고,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 시장 등 국내 자산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편이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과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한국은 아직 이런 대규모 자산 가격 하락 사태를 겪지 않아, 내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높은 수출 의존도,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생과 고령화, 부동산 선호와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데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중국과, 겨우 탈출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조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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