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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바그룹은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및 물류 기업입니다.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은 아랍의 민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으로부터 사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25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기업은 14억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인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제품을 고르고,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자회사 차이냐오를 통해 제품을 배송받죠. 오늘은 알리바바가 이렇게 완벽한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보겠습니다.


     

    알리바바(BABA)의 탄생 및 성장

     

     

    1999년, 알리바바닷컴으로 시작

     

    알리바바는 1999년, 영어교사 출신 마윈과 그의 동료 17명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창업 모토는 ‘천하에 불가능한 비즈니스는 없다’로 설립 당시에는 해외 바이어와 중국 내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것이 주 사업 분야였습니다. 주요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중국 기업은 보다 손쉽게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고, 해외 바이어는 저렴한 중국 공장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양측 모두 이득이었습니다.

     

    초고속 성장세, 뉴욕 증시 입성(BABA)

     

    인터넷 확산 초창기 매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알리바바닷컴은 2000년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대규모 투자에 고무된 마윈은 2003년 두 번째 플랫폼인 ‘타오바오’를 공개했죠. 타오바오는 일반 소비자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C2C 플랫폼으로, 설립 첫해의 거래 규모는 2천만 위안(약 40억 원)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인 2013년에는 1조 위안(약 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타오바오의 성공을 계기로 마윈은 2008년 중국 내 소비자를 겨냥한 B2C 플랫폼인 ‘티몰’을, 2010년에는 전 세계 소비자들과 중국 기업을 연결한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를 출범했습니다. 연속된 성공으로 알리바바그룹은 2014년 2,300억 달러(약 337조 원)의 역대 최대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에 입성했습니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3년에는 941억 달러(약 188조 원)의 매출과 79억 달러(약 16조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죠.

     

    성공의 비결, 신뢰와 속도감 제고


    알리바바의 성공 요인으로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서비스에 반영했던 점이 꼽힙니다. 가령 타오바오는 출범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비일비재했던 사기와 이로 인한 소비자 간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메신저 ‘알리왕왕’과 담보 플랫폼 ‘즈푸바오’를 도입했습니다. 알리왕왕은 실시간 채팅 및 음성·영상통화 서비스를, 즈푸바오는 제품이 성공적으로 구매자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한 후 결제 금액을 이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2013년 설립한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도 고객 경험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광군절 등 물류 폭증 시기에 운송이 마비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는데요. 마윈은 전 세계에 설립된 챠이냐오 물류센터에 자동화 및 AI 기술을 적용해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중국 어디든, 72시간 이내에는 전 세계 어디든 물품이 배송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매출 구조, 중국 내 전자상거래가 주축


    2023년 기준 알리바바그룹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중국 국내 전자상거래 부문입니다.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는데요. 글로벌 전자상거래 부문과 물류 부문, 클라우드 부문(차이냐오)이 각 10%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자상거래 부문의 전체 매출은 5,375억 위안(약 108조 원)에 달했는데, 이중 중국 국내에서 발생한 비중이 80%를 차지할 만큼 알리바바그룹 실적은 중국 내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2020년대, 영광과 시련의 교차로

     

     

    코로나19로 맞은 전성기, 그리고 화룡점정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알리바바는 큰 수혜를 누렸습니다. 전자상거래가 폭증하며 2019년 2,753억 위안(약 55조 원)에 불과했던 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이 2020년 3,666억 위안(약 73조 원), 2021년 5,505억 위안(약 110조 원)으로 연평균 41%씩 성장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20년 11월에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그룹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의 운영사로, 금융·송금·결제를 망라하는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꼽혔죠. 앤트그룹은 상장으로 350억 달러(약 51조 원)를 조달한 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2020년 10월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무려 6조 2천억 홍콩달러(약 1,170조 원)를 기록하며 정점에 달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충돌, 앤트그룹 지배권 박탈

     

    그러나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앤트그룹 상장을 약 2주 앞둔 2020년 10월 24일, 마윈 회장이 상하이 금융 포럼 연설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 화근이 됐는데요. 마윈 회장의 연설 직후 중국 정부는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발견됐다며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켰고, 이후 상장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도록 했죠.

    보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를 명분으로 알리바바그룹과 앤트그룹에 각각 182억 위안(약 3조 6천억 원)과 71억 위안(약 1조 4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이후 앤트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을 강제해 마윈 회장의 직간접적 지분율을 축소, 사실상 지배권을 박탈했습니다. 앤트그룹 상장으로 전자상거래 제국에 이어 금융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마윈 회장과 알리바바의 꿈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격렬해진 커머스 경쟁,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 기업의 부상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로 유명한 중국의 핀둬둬, 2023년 전 세계 전자상거래 기업 중 아마존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한 징둥닷컴 등이 천문학적인 광고비 투자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무기로 알리바바를 압박했죠. 결국 2014년 70%에 달했던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작년 33%까지 급락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알리바바는 2023년 3월부터 그룹을 지주사 아래 6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누어 효율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인력을 정리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2023년에는 전체 직원 중 12.8%에 해당하는 2만 명을 해고했고, 배달 앱 ‘어러머’와 음식점 평가 앱 ‘구베이’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인력도 상당수를 해고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알리바바, 돌파구를 찾을까

     

    4년 만에 풀린 족쇄

     

    물론 비관적인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8월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에 대해 약 3년 동안 진행했던 반독점 조사를 마침내 종료했는데요. 한 달 후에는 마윈 전 회장이 창업 25주년 기념 메세지를 공개하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죠. 2020년 10월 그가 중국 당국을 비판한 후 약 4년간 알리바바그룹을 짓눌러왔던 ‘족쇄’가 마침내 풀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 숨통 트일까

     

    작년 하반기 중국 정부가 발표했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강력한 통화정책을 통해 중국 내수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 구매 보조금도 확대했습니다.

    이로써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의존하는 알리바바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커머스 기업의 주가는 경기부양책 발표 직후 10% 이상 급등했는데요. 비록 최근에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사상 최대 3조 위안(약 600조 원)에 달하는 특별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기대감은 여전합니다.

     

    오프라인 사업 정리, 이제 AI에 전념

     

    신사업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도 속도가 붙습니다. 최근 알리바바는 중국의 월마트라고 불렸던 대형마트 체인점 ‘다룬파’를 매각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해 본업인 전자상거래 부문에 집중하는 동시에, 회수한 자금을 신사업인 AI와 클라우드 부문에 투자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웨어 자회사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통해 AI 기술 및 클라우드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부문 자회사 AWS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아마존의 성공 모델과 유사하다는 분석이죠.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은 작년 3분기 296억 위안(약 5조 8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2023년 기준 중국 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7%를 달성하며 확고한 입지를 굳힙니다.

     

    자체 LLM 모델 공개, AI 생태계 조성 속도

     

    클라우드에 이어 AI 기술 개발에서도 성과가 나옵니다. 작년 9월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복잡한 문제 해결 및 이미지 이해 능력을 갖춘 최첨단 거대언어모델(LLM) ‘큐웬-VL(Qwen-VL)’을 공개했습니다. 큐웬-VL은 각종 벤치마크 지수에서 오픈AI의 GPT-4를 능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알리바바는 소비자용 AI 챗봇보다는 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에 집중하는 모습이죠. 지난달 31일 큐웬-VL의 가격을 85% 인하해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기술은 자체 물류센터에도 적용됩니다. 일례로 알리바바의 최첨단 물류센터 차이냐오 DLJ는 AI 기술을 이용한 무인 로봇, 화물 분류, 스마트 유통 관리 등의 믈류테크 시스템으로 하루 40만 건의 주문을 안정적으로 처리한다고 합니다. 차이냐오는 이를 이용해 10% 이상의 운영비를 절감했고, 아니라 국경 간 배송 시간을 12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었죠.

     

    신세계와 동맹, 한국 진출 본격화

     

    알리바바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작년 3월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를 투입해 한국에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건설하고, ‘발란’과 ‘에이블리’ 등 한국 패션 플랫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단순히 국내에 유통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또한 작년 말에는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한다는 깜짝 발표를 내기도 했습니다. 양사가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산하에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배치하는 방식인데요.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유통 거인 쿠팡에 함께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포화상태의 e커머스, 이젠 차별화 전략이 절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길들이기, 점점 격렬해지는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는 나름의 활로를 개척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 옵션과 신속한 배송 서비스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제패했다면, 이제는 차별화를 위해 첨단 기술과 패션, 디자인 등의 질적 요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죠. 창업 26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알리바바가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받습니다.

     


    알리바바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5,000배의 전설적 투자 수익률을 안겨준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마윈 창업주를 만나고 단 5분 만에 그가 세상을 바꿀 인물임을 직감, 즉석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그의 예견대로 알리바바는 중국인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기존의 사업이 후발주자들의 격렬한 추격을 받는 지금, 알리바바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알리바바의 다음 행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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