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지난 3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가 크게 흥행하면서, 드라마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다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나 방송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업계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콘텐츠 제작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콘텐츠 제작사, 하는 일이 뭘까?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최초 기획 단계부터 실제 시청자에게 방영되기까지, 콘텐츠 제작의 밸류체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KBS, SBS, MBC 등 방송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방영하는 방송사, TV 외의 방법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유통사, 이들이 전달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제작사가 있습니다.
방송사는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성합니다. 방송 사이사이에 방영될 광고도 유치하고, 광고를 최대한 많은 시청자에게 노출할 수 있도록 시청률을 관리하죠. 방송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광고 수익이나 협찬, VOD 판매로 나뉩니다.
원래 인기 프로그램은 방송사에 속한 제작진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외주 제작 방식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CJ ENM, 에이스토리 등 경쟁력 있는 제작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화하는 중입니다.
유통사는 TV 방영 외의 방식을 통해 최종적으로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합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OTT가 바로 유통사에 속합니다. CJ ENM의 TVING, 방송 3사(KBS, MBC, SBS)가 합작한 Wavve 등 방송사 계열의 콘텐츠 유통사도 있습니다.
제작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사와 유통사에게 판권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기존에는 방송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OTT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도 늘어납니다. 또한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부가 사업도 확장하는 등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지식재산(IP)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으로 창출된 지식, 정보, 사상, 감정 표현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물을 말합니다. 소설, 영화, 음악뿐만 아니라 안무, 캐릭터 등이 포함됩니다. 게임 역시 대표적인 IP죠.
밸류체인 각 단계에 있는 회사들끼리 협업하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제작사인 미디어 레스 스튜디오와 애플TV+가 공동제작해 애플TV+에서 방영한 <파친코>가 대표 적인데요. <지리산>은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포함해 에이스토리, 바람픽쳐스가 협업을 통해 제작하고, CJ ENM의 또 다른 계열사인 tvN에 편성되는 등 사례가 다양합니다.
콘텐츠 제작사,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
콘텐츠 제작사는 당연히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사나 유통사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콘텐츠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데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내면 해외 채널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추가 유통을 요구하면서,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작이 끝난 뒤 계약금을 받아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기도 합니다. 방송사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방송권은 가져가는 거죠. 제작사는 PPL, 해외 판권 등에서 오는 수익을 나눠 갖습니다.
광고 수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속 장면에서 브랜드 노출을 통한 광고 효과로부터 수익을 얻는 건데요. 방송사가 콘텐츠 밸류체인을 독점할 시절부터 있던 수익 창출 방법이죠. 특정 브랜드가 콘텐츠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품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흥행작이 좌지우지하는 콘텐츠 제작사의 운명
모든 수익 창출이 콘텐츠로부터 비롯되는 만큼, 콘텐츠의 흥행 여부는 콘텐츠 제작사의 운명을 가릅니다. 또한 흥행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 향후 방송사에 편성되거나 유통사에 유통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하죠. 지난 7일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바로 이를 방증하는 사례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6위에 올랐고, 한국, 홍콩, 베트남 등 10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는데요. 흥행에 성공할 거란 기대감과 함께 공개 사흘 뒤인 10일, 팬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12% 급등했습니다.
<스위트홈>과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사례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위트홈>은 한국, 대만, 필리핀 등 8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요. 작품의 흥행 덕에 12월 18일 83,100원이었던 주가는 한 달 만에 약 20% 상승해 1월 15일 99,700원까지 기록했습니다.
변화하는 밸류체인, 콘텐츠 제작사의 대응은?
방송사에서 OTT로
TV대신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방송사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듭니다. 2023년 방송사업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광고 수익도 전년보다 19% 감소하면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제작사는 방송사뿐 아니라 OTT 플랫폼과 독점 계약을 맺습니다. 이런 계약은 주로 OTT 기업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대신, 제작사에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OTT의 성장이 방송사에겐 악재일지 몰라도, 콘텐츠 제작사에게는 수익을 보장해주는 만큼 호재로 보였는데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에 따르면 제작사 역시 OTT의 등장으로 제작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약 형태가 바뀌면서, 광고 수익, 해외 판권 판매 등 작품 흥행에 따라 부가적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모두 OTT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작한 작품이 아무리 흥행해도 제작사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다는 겁니다.
제작비의 기준이 높아진 것도 제작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작비의 세계에 거대 자본을 거느린 글로벌 OTT가 등장하면서 배우 출연료, 작가 대본료 등 주요 제작비의 시세가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모든 작품이 OTT의 제작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기에, OTT의 자본력을 따라갈 수 없는 제작사는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이에 최근 제작사들은 IP를 보유하는 상태에서 제작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제작비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 대신, 작품의 흥행에 비례하는 수익을 노리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세계로
한국에서 흥행한 콘텐츠의 판권을 해외로 수출한 후, 해외에서 리메이크되는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일본 등 4개국에서 리메이크됐고,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미국 등 7개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현지 문화나 취향에 맞추지 않고도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흥행하는 사례도 증가합니다. tvN에서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과 <갯마을 차차차>가 넷플릭스 글로벌 TV 프로그램 차트에서 각각 6위와 9위를 차지한 건데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제작에 참여해 독점적으로 유통한 게 아니라 한국 방송사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통한 건데도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겁니다.
IP의 무한 확장
굿즈부터 공연까지, 인기 콘텐츠의 IP를 여러 매체와 연계해 추가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도 늘어납니다. <스토브리그> 속 야구팀의 유니폼이 굿즈로 출시된 게 그 사례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굿즈 펀딩 금액은 20분 만에 1억 원을 넘기면서 최종적으로 1억 9천만 원의 펀딩 수익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는 <경이로운 소문>, <나혼자만 레벨업>과 같이 드라마 자체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사례가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드라마라는 IP가 다른 매체로 나아가는 사례도 늘어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웹툰으로 제작되거나,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와 같이 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된 게 그 사례입니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은 ‘킹덤: 왕가의 피’라는 게임으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대표 콘텐츠 제작사는?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의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대표작은 <사랑의 불시착> <더글로리> <스위트홈> 등으로, 연간 30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죠.
스튜디오드래곤은 OTT와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바로 유통까지 연결하는 게 주요 수익 창출 전략입니다. 넷플릭스와 함께 제작한 <무빙>, 디즈니+와 협업해 제작한 <지배종>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업계가 주춤하면서 스튜디오드래곤도 영향을 받습니다. TV와 OTT를 통해 유통된 한국 드라마 전체 편수는 2022년 역대 최다인 141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엔 2년 만에 30%가 감소하며 100여 편을 기록하는 등 드라마 제작 편수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이와 함께 스튜디오드래곤의 작년 매출(5,500억 원)과 영업이익(363.93억 원)은 전년 대비 각각 26.96%, 34.86% 감소했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유통한 작품이 20% 감소한 탓입니다. 향후 유통 플랫폼을 다변화하고, 대작과 중소형 작품을 고루 편성하는 등 수익성을 증대하는 전략을 취할 예정입니다.
콘텐트리중앙
콘텐트리중앙은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국내 톱 2 K-드라마 제작사입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 지원, 배급뿐 아니라 메가박스 등 공간 사업(매출 비중 32.5%)도 영위하는 만큼, 작년 매출액은 8,798억 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보다 규모가 크죠.
콘텐트리중앙은 연간 20편이 넘는 작품을 제작하는데요. 스튜디오드래곤에게 tvN이 있듯이 콘텐트리중앙의 계열사 중 JTBC가 있어 제작한 드라마를 편성할 역량도 충분합니다. 그 덕에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등 JTBC에서 방영한 흥행작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죠. 물론 OTT 업체와의 협업도 눈에 띕니다. 넷플릭스와 협업한 <D.P.>, 디즈니+와 협업한 <카지노>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콘텐트리중앙의 실적은 아직 침체기입니다. 작년엔 459억 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요. 2023년(679억 원)에 비해 손실 폭이 32.4% 감소했고, 핵심 사업부인 콘텐츠 제작 부문만큼은 7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에이스토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특히 좀비물 등 장르물 드라마의 제작에 주력하는 기업입니다.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대표 작품으로는 <백일의 낭군님>, <킹덤> 등이 있는데요. 제작하는 콘텐츠의 장르에 따라 유통사를 다르게 선택하는 게 에이스토리의 전략으로 눈여겨 볼 만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그널> 등 대중성 있는 장르의 드라마 작품은 방송사를 통해 유통했는데요. <킹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경성크리처> 등 좀비물과 같이 매니아층이 확실한 장르의 작품은 OTT를 통해 유통하며 차별화를 노렸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특징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을 통해 인기 웹툰을 서비스하는 만큼, <경이로운 소문>, <이태원 클라쓰> 등 웹툰을 드라마화한 콘텐츠에 기여하죠.
흥행한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드라마화한 작품도 순탄하게 흥행을 이어갑니다.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이 디즈니+에서 공개된 첫 주에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국내 콘텐츠 최초로 글로벌 순위에서 1등을 하는 등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죠. 카카오웹툰 원작의 드라마 <비밀사이>는 한국 왓챠에서 2주 연속 1위를, 일본 FOD(Fuji TV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아시아 드라마 1위를 기록했습니다.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거꾸로 원작 웹툰의 조회수가 5배, 매출이 3배가량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콘텐츠 산업은 방송사에 많이 의존했다면, 유통을 맡은 OTT 플랫폼, 제작을 맡은 전문 제작사 등 산업이 다변화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진출, IP 확장 등 수익 구조도 다양한데요. 앞으로 콘텐츠 제작사가 어떤 창의적인 전략을 만들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지 기대해 볼만한 시점입니다.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챗gpt, 내 사진이 지브리 스타일로 변신 (0) | 2025.04.04 |
---|---|
ADC,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0) | 2025.03.06 |
봄맞이 행사 몇가지 (0) | 2025.02.22 |
한밤중 선포된 비상계엄령 그게 머야? (2) | 2024.12.04 |
학원 산업 리포트, 재수 학원 파헤치기 (2) | 202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