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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왜 명품일까?

꿈방주인 2024. 9. 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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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splash


    명품, 흔히 최고 수준을 이를 때 수식어로 붙는 말입니다. 명품 가방, 명품 옷 등 패션 아이템부터 명품 식품, 명품 음식, 명품 도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데요. 명품이 도대체 뭐길래, 얼마나 다르길래 특별하다고 하는 건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명품 하면 비싼 가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명품은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비싼 가격에 힘입어 명품 업계가 벌어들이는 이익도 높은 건지 궁금증이 이어지죠. 오늘은 명품과 명품 업계를 둘러싼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명품의 세계가 궁금해

     

    명품은 왜 명품일까?

     

    명품의 가치는 통상 오랜 역사, 희소성, 독창성, 품질 등에 좌우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품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특유의 디자인이 일종의 상징성을 갖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백화점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 세 브랜드를 3대 명품이라고 부르는데요. 명품이 명품이 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에르메스

     

    명품 중의 명품으로 통하는 에르메스의 가치는 높은 품질에서 비롯됩니다. 장인의 바느질로 이뤄지는 수작업은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특징이자 자부심인데요. 에르메스는 자체 가죽 장인 학교와 수련 과정을 포함해 약 5~10년에 걸쳐 장인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장인 한 명이 일주일에 두 개를 만들기 어려워 희소성까지 있죠. 모든 생산이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에서 이뤄지는 것도 높은 품질을 위한 고집입니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제품 판매를 통제하는 디마케팅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에르메스는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사겠다는데 왜 밀어내요…? 
    디마케팅 전략은 감소를 뜻하는 Decrease와 마케팅이 합쳐진 말로, 의도적으로 고객을 밀어내 구매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 극대화를 꾀합니다. 판매량 증가로 당장 수익을 늘리는 대신 브랜드를 오랫동안 애용해 온 충성 고객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죠. 디마케팅 전략으로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노립니다. 에르메스는 마일리지 제도로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사 제품을 사지 않으면 인기 제품을 구매할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국내에선 에르메스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사기 위해 통상 5천만~1억 원 정도를 써야 하고, 구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에도 길게는 몇 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오랜 기간 혁신을 거듭하며 남다른 명품의 가치를 쌓아 왔습니다. 루이비통이 탄생한 1850년대에는 여행용 트렁크가 무거운 나무 재질로 만들어지고, 윗면이 볼록한 형태여서 쌓아두기 굉장히 어려웠는데요. 이때 루이비통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직사각형 모양과 방수 처리된 가벼운 캔버스 소재로 만들어진 여행용 트렁크를 출시해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엔 모조품을 막기 위해 모노그램 패턴을 입히고, 도난방지용 잠금장치 기술을 접목하면서 혁신을 이어갔죠. 현재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CEO는 관습을 깨는 창조적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등을 데려오면서 루이비통을 더 특별한 명품 브랜드로 격상시켰습니다. 예술가,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색다른 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샤넬

     

    샤넬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어왔습니다. 샤넬을 세운 가브리엘 샤넬이 활동하던 1900년대 초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장식과 코르셋 등 불편한 디자인이 여성 패션의 주류였는데요. 이와 달리, 샤넬은 단순하고 편안한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아하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은 곧 샤넬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도 샤넬을 상징하는 브랜드 철학으로 유지되고 있죠. 샤넬 하면 떠오르는 트위드 소재 역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남성 자켓 원단으로 사용되던 것을 여성 패션에 도입한 것입니다. 여성 향수의 대명사로 통하는 ‘샤넬 넘버 파이브’ 역시 곡선이 부각된 당대 향수병과 달리 군더더기 없는 각진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

    1위 ‘오랫동안 브랜드 가치가 변하지 않는 제품’(60.0%)
    2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제품(47.2%)
    3위 오랜 역사를 가진 클래식한 제품(46.5%)
    4위 장인이 만든 제품(43.8%)
    5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35.8%)
    6위 가격이 비싼 제품(26.8%)
    7위 상류층이 소비하는 제품(26.6%)
    가격 역시 명품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2023 명품 소비 관련 인식 조사’)

     

    거대한 명품 제국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품 브랜드, 사실 한 그룹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별 브랜드로 있던 명품 기업이 다양한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며 거대한 명품 그룹으로 거듭난 건데요.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그룹은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으로 꼽힙니다. 루비이통 말고도 디올, 셀린느, 펜디, 리모와 등의 패션브랜드부터 아쿠아디파르마, 불가리, 헤네시, 모엣 샹동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죠.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부쉐론 등은 케링에, 프라다, 미우미우는 프라다그룹에 속합니다.

     

    명품 순위는 어떻게 정해질까

     

    명품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명품의 등급입니다. 국내 매출 기준(2023년)으로 1위는 루이비통, 2위와 3위는 샤넬과 디올이 차지했는데요. 시장 조사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으로, 에르메스와 샤넬, 구찌, 디올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명품이 비싼 이유

     

    비싸도 사니까!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해당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줄어듭니다. 그러나 명품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되레 수요가 느는 대표적인 사치재인데요. 사람들은 과시를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가의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남과 구별되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이죠.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희소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명품 업계는 희소성이 높을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명품의 특성을 이용해 고가의 제품을 내놓아 명품의 수요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불경기에도 끄떡없는 명품 산업?

     

    따라서 명품 업계는 사람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경기 침체기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경기의 등락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 건데요. 주요 소비자층 자체가 부유층이기에, 늘 일정 수준의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가 추가 가격 인상까지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산업보다 강력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돈 진짜 잘 버네

     

    실제 명품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작년 디올의 한국 사업 영업이익률은 29.8%, 샤넬과 루비이통의 한국법인인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6.0%, 17.4%를 기록했는데요. 애플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7.4%였던 것을 고려하면 명품 업계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엔 명품 가방의 원가가 정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죠.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준 매장가가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는 14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명품 업계에도 트렌드는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 탄탄한 수요층을 바탕으로 명품 업계는 언뜻 성장을 위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잇따른 기습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매출이 하락하는 등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공식에 슬슬 한계가 드러나면서 업계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합니다.

     

    명품과 AI

     

    최근 명품업계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경험 만족도를 높이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이죠. 고객의 데이터는 소비자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구매 성향이 강한 고객을 특별 행사에 초대하거나 개인화된 제품 추천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 AI 기술로 제품의 수요와 가격을 예측한다면 재고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LVMH그룹은 구글의 AI 기술 지원을 받아 브랜드별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케링그룹 역시 매 시즌 다음 시즌 판매량을 예측하고 재고 물량을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합니다. 실제로 재고 예측 정확도는 2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젊어지는 명품 소비층

     

    명품을 구매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작년 명품 구매자 절반 이상(55.9%)이 MZ세대(198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였는데요. X세대(1965년~1979년 출생)와 베이비붐 세대(1954년~1964년 출생)의 비중은 각각 30.7%, 13.4%에 그쳤습니다. 다만, MZ세대는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보다는 발렌시아가, 꼼데가르송 등 개성이 드러나는 비교적 중저가 명품 브랜드를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MZ세대가 명품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건 SNS에서 명품을 착용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의 소비를 따라 하는 ‘디토 소비’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디토(Ditto)란?
    ‘나도’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소비를 따라 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해석하는 게 특징적인데요. 복잡하고 다양해진 선택지 중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따르는 추종자가 있다면, 시간을 아끼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따르는 겁니다.

     

    우리도 어려질게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MZ세대에 맞춰 명품 업계는 옴니채널 매장에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옴니채널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제품을 검색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ROPO(Research Online & Purchase Offline)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명품 업계도 온라인 플랫폼 개발과 체험형 옴니채널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트렌드의 선두 주자, 명품 패션쇼

     

    매 시즌 트렌드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 바로 패션쇼입니다. 명품 브랜드는 매번 색다른 컨셉의 패션쇼를 열며 패션 트렌드를 선도해 왔는데요. 한 번의 패션쇼에는 연출비, 모델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패션쇼는 일종의 유통 창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의 확실한 수단이 되죠. 브랜드의 인지도와 디자이너의 역량을 보여주는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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