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pixabay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시켜먹을 수 있는 치킨. 각 치킨집 별로 좋아하는 치킨 하나씩은 어렵지 않게 꼽을 수 있는데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대표 메뉴부터 트렌드에 맞춘 신메뉴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고물가에 치킨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치킨 시키기가 무섭습니다. 치킨 2만 원 시대를 넘어서 이젠 치킨 3만 원 시대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죠. 당황스러운 소비자만큼이나 치킨집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인데요. 오늘은 우리나라 치킨 시장의 사정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우리나라 치킨 시장 들여다보기

     

    치킨집 얼마나 많을까

     

    우리나라 치킨전문점은 2020년 처음으로 4만 개를 돌파한 이후 2021년부터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치킨전문점 개수는 4만 1,436개로, 2020년보다 1,307개 줄었는데요. 같은 해 5만 3,837개를 기록한 국내 편의점 개수보다 적지만,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3만 8,587개(작년 말 기준)보다 많습니다. 치킨 브랜드 수도 2021년 701개에서 2022년 683개, 작년 669개로 2년째 감소세였죠. 참고로 2022년 커피 브랜드 수가 886개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청

     

    프랜차이즈 비중 70%

     

    치킨집 10곳 중 7곳은 프랜차이즈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는데요. 치킨전문점이 줄어들 때도 치킨 프랜차이즈는 늘어난 거죠. 전체 치킨전문점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비중은 2022년 70.9%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결과엔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개인 치킨집보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생존에 유리해졌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달앱에서 광고 효과를 내거나 노출도를 높이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1등 치킨집은 어디?

     

    많고 많은 치킨집 중에서도 빅3를 택하라면 보통 bhc치킨, BBQ, 교촌치킨이 꼽힙니다. 이중 작년 매출 기준 1위는 bhc치킨(5,356억 원)으로, 한때 부동의 1위였던 교촌치킨을 제쳤는데요. 2위는 BBQ(4,731억 원)가 차지했고, 2014년부터 8년간 선두를 달렸던 교촌치킨(4,259억 원)은 2022년 2위로 밀려나더니 작년엔 3위까지 내려갔습니다. 가맹점 수(2022년 기준)로 봤을 땐 BBQ(2,111개), bhc(1,991개), 교촌치킨(1,365개) 순서였죠. 한편, 지난 8월 브랜드평판 1위는 BBQ, 2위는 굽네치킨, 3위는 맘스터치였습니다.

     

     

    막상 남는 게 없다는데

     

    최근 치킨 업계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기 때문인데요. 치킨전문점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2020년 6,236억 6천만 원에서 2021년 9,306억 1천만 원으로 증가했다가 2022년 8,603억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비즈워치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이익률 역시 2019년 15.3%에서 2020년 13.2%, 2021년 11.0%로 하락했죠. 2022년 기준 치킨 가맹점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6.5%였는데요. 주점(66.2%), 한식(17.2%), 피자(11.6%), 제과제빵(8.1%), 커피(7.4%)보다 낮았습니다. 또한 치킨 가맹점의 64%는 연 매출 2억 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매출의 15%가 순이익으로 남는 걸 고려하면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10명 중 6명은 1년에 3천만 원을 벌기도 힘든 셈입니다.

     

    과도한 출점 경쟁 때문

     

    치킨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는 치열해진 치킨 업체의 출점 경쟁 탓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사업이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에 가맹점이 늘어야 매출도 올라가는데요. 그래서 가맹점 유치에 공을 들이지만, 한편으론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가맹점주 각자의 수익은 줄어들게 됩니다. 같은 배달권역에 같은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여러 개 있으면 그만큼 돈을 벌어들일 통로도 좁아지기 때문이죠. 매년 새로운 치킨 프랜차이즈가 문을 열지만, 또 다른 어딘가에선 문을 닫는 이유입니다. 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개점률은 14.4%였는데, 폐점률이 14.2%로 거의 비슷했죠.

     

    비용도 많이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차액가맹금이 높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상품과 원자재 및 부자재를 공급할 때 붙이는 유통마진인데요. 이런 차액가맹금 때문에 가맹본부의 공급가격은 일반적인 도매가격보다 높습니다. 3천 원인 생닭 1마리를 가맹본부가 4천 원에 공급하고 1천 원을 차액가맹금으로 가져가는 식이죠. 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 평균 매출의 약 8.2%를 차액가맹금으로 가져갔는데요. 이는 커피(6.8%), 제과제빵(5.5%, 피자(4.2%) 등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높았습니다.

     

     

    요즘 치킨 시장 최대 이슈

     

    생닭값 내려도 치킨플레이션

     

    배달비를 포함한 치킨 가격이 3만 원까지 치솟으면서 ‘치킨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bhc치킨, BBQ, 교촌치킨 등 치킨 3사는 마치 경쟁하듯 치킨 가격을 올려왔는데요. 작년 4월 교촌치킨의 3천 원 가격 인상 발표를 시작으로 작년 12월 bhc치킨은 뿌링클, 맛초킹 등 대표 메뉴 가격을 3천 원 인상했습니다. 지난 6월엔 BBQ가 110개 판매제품 중 23개의 판매가격을 평균 6.3% 올렸죠. 하지만 정작 치킨 원재료인 육계 가격은 지난 1~10일 기준 1,900~2,100원으로 전년 동기 2,300~2,500원에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치킨 업계는 인건비와 유통비, 소스와 치킨무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오른 탓에 치킨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죠. 최근엔 배달앱 수수료가 오른 것도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됐습니다.

     

     

    마트·냉동치킨 나가신다

     

    치킨 가격이 뛰어오르자 최근엔 대형마트의 치킨이나 냉동치킨의 인기가 높아집니다.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치킨의 가격은 6천~1만원대로, 가성비 치킨으로 입소문을 탔는데요. CJ제일제당, 하림, 대상 등 식품업체가 내놓은 냉동치킨 역시 치킨전문점 못지 않은 퀄리티와 간편한 조리법, 에어프라이어 등 조리 기구의 대중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작년 국내 냉동치킨 시장의 규모는 매출액 기준 약 1,558억 원으로, 전년(1,410억 원) 대비 10% 넘게 급증했죠.


     

    신사업 찾는 치킨 업계

     

    수익성 악화와 대체품 증가에 예전만 못한 치킨 업계는 경쟁력 강화와 차별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사업으로 발을 넓힙니다. 교촌은 수제맥주브랜드를 인수하고 외식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치킨 프랜차이즈를 넘어 종합식품외식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bhc 역시 2021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했고, 2022년에는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외식 기업과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해왔습니다. 치킨 외 외식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덕분에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죠. BBQ는 반려동물용품 및 간식 브랜드의 출시와 일본식 선술집 사업을 시도합니다. 지난달 푸라닭치킨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코리아도 햄버거 프랜차이즈 ‘움버거앤윙스’ 사업을 시작했죠.

     

    @교촌치킨

     

    해외로 발 뻗는 K-치킨

     

    사업 확장과 함께 치킨 업계는 글로벌 사업에도 공을 들입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데요. 한류 열풍에 한국 치킨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치킨 업계도 기회를 노립니다.

     

    해외 진출 순항 중

     

    BBQ는 압도적인 해외 매장 수를 자랑합니다. 북미와 중남미, 동남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 57개국에서 700여 개의 매장이 있는데요. 작년 BBQ 해외 법인 매출 총액은 1,1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 늘었습니다. 교촌치킨은 6개국에서 73개 매장을, bhc치킨은 5개국에서 23개 매장을 운영하죠. 특히 bhc치킨의 올해 1~5월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4%나 증가했습니다.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다만,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습니다. MF 방식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직접 진출하는 게 아니라 현지 기업과 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 상표나 개발, 브랜드 운영 등에 대한 독점 사업권을 판매하는 건데요. 이 경우 현지 투자나 인력 고용에 관한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프랜차이즈 기업이 현지 사업 노하우를 쌓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해외 사업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pixabay

     

     

    K치킨의 특별한 포인트
    해외에 진출한 각 치킨 업체는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현지화 전략을 펼칩니다.


    • bhc치킨은 현지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입니다. 북미 1호점에서 대표 치킨 메뉴들과 함께 치킨샌드위치, 런치팩(감자튀김, 탄산음료 등과 텐더, 샌드위치 등을 함께 구성한 패키지) 등을 내놨는데요.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연골, 껍질 등 닭 특수부위를 활용한 뿌링클 치킨 스킨(skin), 뿌링클 치킨 조인트(joint) 같은 현지 특화 메뉴를 출시했습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라면, 김치볶음밥, 순두부찌개 등 한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런치세트도 있습니다.

     

    • BBQ는 한국 메뉴와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강조점을 둡니다. 현지 교육을 통해 사업모델의 이해를 위한 교육과 조리 실습 등을 진행하는데요. 치킨을 포함해 김치볶음밥, 잡채 등 한식 메뉴도 함께 판매합니다.

     

    • 교촌치킨 역시 치면(치킨+볶음면), 치맥(치킨+맥주) 등 다양한 한국식 메뉴를 선보이며 교촌의 한식 문화 확장에 힘을 쏟습니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아마존에 핫소스 3종을 출시하는 등 소스 사업에 열중하죠. 두바이에선 밥을 즐기는 아시아 고객을 위한 볶음밥 메뉴, 미국에선 윙 선호 고객을 위한 윙 메뉴, 말레이시아에선 종교적 특성에 맞는 채식 메뉴를 팔기도 합니다.
       

    마라맛 치킨, 크림 치킨, 불닭 치킨 등 우리나라 치킨은 유독 트렌드에 민감합니다. 600개가 넘는 치킨 브랜드가 각각의 고유한 맛을 자랑하고, 신메뉴를 내놓는데요. 다양한 조리법과 소스의 개발로 발전해 온 한국 치킨은 어느덧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K푸드가 됐습니다. 이제는 치킨을 넘어 종합외식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치킨 업계. 앞으로 치킨 시장의 다양한 변신이 기대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