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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상승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까지 서울 집값은 23주 연속으로 올랐는데요. 집값 상승기를 나만 놓칠 거라는 공포심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올해 내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죠. 특히 8월, 한 달 사이에만 5대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8조 9천억 원 늘었는데요. 201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증가 폭이 가장 높았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도 부랴부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습니다. 대출금리를 높이는 한편, 대출 한도와 기간까지 줄이는데요. 이와 함께 은행은 ‘갭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습니다. 갭투자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갭투자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쯤 되면 갭투자와 관련해 궁금증이 생깁니다. 갭투자는 도대체 무엇인지, 왜 하는 것인지 말이죠. 오늘은 갭투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갭투자가 뭐야?

     

    전세집 끼고 집을 산다?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 원이고 전셋값이 6억 원이라면, 집을 살 때 10억 원을 전부 치르는 대신, 전세 보증금 6억 원에 내 돈 4억 원을 더해 집을 구매하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고가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와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인 셈이죠. 집주인에게 고액의 보증금을 맡기고 주택을 임차하는 전세 제도가 있기에 가능한 투자 방식입니다.

     

    핵심은 집 값 상승

     

    사람들이 갭투자에 나서는 건,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10억 원짜리 집이 12억 원으로 오른다면 4억 원으로 2억 원을 버는 셈인데요. 이대로면 수익률이 무려 50%에 달하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선 전체 집값의 10~2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전세 보증금으로 집값을 치를 수 있습니다. 이에 적은 돈으로 주택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집을 수십 채씩 쟁여두는 투자자도 생겨났죠.

     

     

    전세대출 확대도 한몫 했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세대출을 확대한 것도 갭투자 증가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세대출금의 90~100%를 보증해 주기에 대출을 받기가 쉬운데요. 이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높게 불러도 수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전세대출 보증 대상과 요건은 계속 완화됐는데요. 그러니 전세자금을 빌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전셋값이 올라가면, 갭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더욱더 적은 자본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갭투자의 위험성

     

    집값 떨어지면 감당 안 돼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활황기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선 집을 팔아도 그만, 집을 팔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도 그만이기 때문이죠. 집주인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인데요. 문제는 집값이 떨어질 때 발생합니다. 다른 레버리지 투자가 그렇듯, 집값이 떨어지면 이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게다가 집값 하락으로 전셋값까지 떨어져 버린다면, 집주인은 추가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만약 기존 세입자는 나가려고 하는데,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더 큰일이죠. 당장 수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엔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죠.

     

    청년 여럿 울린 전세사기 대란

     

    이런 갭투자의 문제점이 폭발적으로 터진 사건이 바로 ‘전세사기 대란’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 갭투자를 통해 수 채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 채의 집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건데요. 집값이 하락하면서 심지어는 경매로 집이 처분된 뒤에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힘든 ‘깡통 주택’까지 등장했습니다. 특히, 아파트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문제가 컸습니다.

     

    부활하는 갭투자, 막으려는 금융권

     

     

     

    서울 갭투자 기승

     

    그런데, 최근 집값 폭등기를 맞은 서울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기승을 부립니다. 6억 원이 넘는 집을 살 때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서울 주택 거래 중 전세금을 낀 갭투자 비중은 39.4%로 나타났습니다. 작년(28.4%)과 비교하면 10%P 이상 오른 건데요. 전국 평균인 22.9%보다는 17%P 가까이 높은 수치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수요가 몰린 데다가 서울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영향입니다.

     

    전셋값도 오른 탓

     

    매매 가격보다 전셋값이 더욱 빠르게 오른다는 점도 갭투자를 부추깁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누적 0.02% 오른 반면, 전셋값은 3.79%나 올랐는데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봐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1.75% 올랐지만, 전셋값은 3.1%나 올랐습니다. 이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21개월 연속 상승했는데요.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9%로 2022년 11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8월에는 이보다 소폭 상승한 54.0%를 기록하기도 했죠.

     

    ©kb부동산통계

     

    속 썩이는 갭투자 잡자

     

    집값도, 대출 규모도 나날이 늘어가는 상황에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갭투자는 정부 입장에서 큰 골칫거리입니다. 치솟는 집값을 더 부추길 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에도 기여하기 때문인데요. 금융당국이 갭투자를 막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했고, 이에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시중 은행들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을 한동안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갭투자를 위해 집을 사려는 임대인은 잔금을 치르고 주택 소유권을 확보하는 당일, 전세 세입자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는데요. 앞으로는 이러한 경우 세입자가 은행으로부터 전세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결국 은행 빚 없이 수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자기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우리은행은 아예 유주택자의 수도권 전세 대출 자체를 막아버렸는데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엄청난 초강수를 둔 겁니다.

     

    애꿎은 피해자만 나온다

     

    다만, 이로 인해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던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당장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 전세 세입자를 구한 뒤, 세를 놓은 2~4년의 기간 동안 돈을 모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대출 길이 막혀버린 겁니다. 특히 규모가 1만 2천 가구에 달해 역대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던 둔촌주공 아파트를 두고 혼란이 커지는데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분양대금을 치르려던 수분양자는 물론, 전세를 들어가려던 세입자까지 계획에 차질을 겪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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