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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집값을 뒤흔드는 주범 중 하나, 바로 재건축과 재개발 소식입니다. 특히 최근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는 잠실이나 여의도, 목동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격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인데요. 많게는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꿈의 투자 방법으로도 불립니다. 그런 만큼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개념인 만큼 헷갈리기도 쉽죠. 그래서 오늘은 재건축과 재개발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유독 한국에서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의 차이점

     

    재건축과 재개발은 모두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입니다. 지어진 지 오래돼 낡고 허름한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는 사업이죠. 다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규모나 성격 등에서 차이가 큽니다.

     

    ©서대문구 재개발/재건축 백서

     

    동네를 새로 만드는 재개발

     

    재개발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상업지역·공업지역 등에서 도시 기능의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뜻합니다. 오래되고 낡은 주택이 빽빽하게 모여있고,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는 달동네 같은 곳이 해당하죠. 주택뿐 아니라 인근 시설까지 재정비하는 만큼, 공공성이 강합니다. 사업 추진 주체 역시 지자체 등 공공기관일 때가 많습니다. 요약하면, 재건축 사업은 낡은 주택이나 빌라, 상가 등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대문구 재개발/재건축 백서

     

    아파트만 새로 짓는 재건축 

     

    반면, 재건축은 주변 시설은 그대로 두고 건축물만 새로 짓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대개 도로나 공원 등이 제대로 갖춰진 아파트 단지가 대상이죠. 오래된 아파트를 헐고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재개발과 달리 아파트 주민이 합심해 재건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만,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합니다. 재건축할 정도로 낡은 아파트인지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죠.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 뉴타운

     

    행정구역인 ‘동’ 전체를 새로 정비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뉴타운’ 사업은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입니다. 길음, 은평, 왕십리 등 서울권에서도 개발된 지 오래돼,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구도심을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죠. 기존에 재개발이 소규모, 단편적으로 진행되면서 난개발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도입된 방식인데요. 주택가와 기반 시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거환경과 도시미관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작은 신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건축, 로또청약 개포동 ‘디퍼아’

     

    얼마 전, 로또 청약으로 입소문을 탔던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디퍼아)는 대표적인 재건축 사례입니다. 재건축 이전엔 강남의 마지막 서민아파트로 불리던 개포주공1단지아파트였죠. 1982년 완공된 개포주공1단지아파트는 38년 만인 2020년 철거되면서 재건축이 시작됐고, 기존 5,040세대에서 6,702세대의 초대형 단지로 재탄생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왜 재건축이 안 될까?
    알짜배기 땅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한 재건축 유망주입니다. 1979년 4,400여 가구 규모로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남아있는데요. 대한민국 1등 학군지라는 대치동에 위치한 데다가 1996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만큼 이제는 재건축에 돌입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들리죠. 다만, 재건축을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쏠린 탓에 행정기관이 정치적 판단 끝에 재건축을 반려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죠. 이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는 입주민 내 갈등이 불거진 것도 재건축이 지연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유독 한국에 재건축·재개발이 많은 이유

     

    외국을 보면 도시를 정비하더라도 한국처럼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기존건축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춘 유럽에서는 한국식 정비사업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죠.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렇게 과감한 정비사업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뜯어고칠 때가 됐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노후화돼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아파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70~80년대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각해지는 데다가, 건축법도 미비했기에 아파트를 지을 때 부실공사, 날림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30년이 지난 2000년대부터 벽이 갈라지고 천장이 내려앉는 등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파트 교체 수명은 27년 정도로 영국의 128년이나 미국의 72년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1990년대에만 350만 호의 아파트가 지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없이 많은 재건축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입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돈이 되는 이유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오래된 아파트 중에서도 균열은 물론 페인트칠조차 벗겨지지 않은 채 잘 관리된 곳들도 많죠. 그런데 이런 아파트들도 모두 재건축에 목을 매는데요.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재건축은 해당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줍니다. 재개발을 통해 세대 수를 늘리고, 일반 분양을 통해 사람들에게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적률이 핵심이야

     

    이렇게 세대를 늘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용적률입니다. 용적률이란, 전체 대지면적에서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연면적이란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층의 면적을 합한 것으로, 대지면적이 200㎡인 곳에 바닥 면적이 100㎡인 4층 건물을 올리면, 용적률이 200%가 나오는 식입니다. 쉽게 말해, 용적률은 동일한 넓이의 땅에 건물을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죠. 재건축 시 적용되는 용적률은 시기마다 다르지만, 대개 300~400% 정도인데요. 과거 지어져 용적률이 100%가 안 되는 저층 아파트들 허물고 재건축한다고 하면, 기존의 3~4배 넘는 층수의 고층 아파트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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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엔 분위기 탐색

     

    치솟는 공사비, 감당 안 돼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던 재건축의 인기가 최근 들어 급속히 꺼져갑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와 환율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비용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공사비가 대폭 올랐기 때문인데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3년 사이에 건설자재지수가 106.4에서 144.2로 35.6% 상승했습니다. 건설 노동자 인건비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사비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치솟는 공사비에 가구별로 부담해야 하는 재건축 분담금이 폭등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되는 경우도 많아졌죠.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에서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벌어집니다.

     

    재초환, 초과이익을 가져간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역시 큰 부담입니다. 재건축 이후 집을 팔지 않아도 얻은 이익이 8천만 원을 넘으면 개발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데요. 지난 2021년 재건축을 통해 신축된 서초구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은 조합원 1명 당 1억 6천만 원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주민 반발이 거선데요. 강남이나 용산 등에선 수억 원짜리 통지서가 날아들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죠. 공사비 급등에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재초환은 재건축 시장에 악재를 더합니다.

     

    8.8 대책, 재건축 살릴까?

     

    이에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지난 8.8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을 특례법으로 제정하고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또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 공급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사업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완화됩니다. 건축물 높이, 공원녹지 확보 기준 등 건축규제도 느슨하게 풀어주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공급의무와 함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앞서 말했듯, 재개발과 재건축은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입니다. 수백, 수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한 번에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짓는 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바탕엔 꺾이지 않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사실이 확실하니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지불하고서라도 재건축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거죠. 다만, 용적률을 끌어올려 재건축을 하는 아파트가 점점 늘어나면서 더 이상 재건축할 아파트가 남아나질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한국의 재건축·재개발 시스템,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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