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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이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설립한 가상자산 서비스 기업도 자체 스테이블 코인 ‘USD1’을 내놓았다는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죠. 오늘 테크 한입에서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스테이블 코인과 함께 알아두면 좋을 RWA(실물자산 토큰),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스테이블 코인

     

    흔히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고정된 가상자산입니다. 

    달러나 금 같은 자산과 가치를 연동시키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는데요. 1코인에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테더가 대표적이죠. 이런 코인은 정해진 수준으로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Stable) 코인이라 불립니다. 이렇게 코인의 가치를 특정 자산의 가치와 연동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합니다. 페깅은 한 국가의 환율을 다른 국가의 화폐 가치에 고정해 환율 변동을 막는 고정 환율 제도를 일컫는 환율 용어인데요. 코인에서도 비슷한 행위를 지칭합니다.

     

     

    페깅에 따른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

     

    스테이블 코인은 페깅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 화폐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법정 화폐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보통 코인을 1개 발행할 때마다 정해진 만큼의 법정 화폐를 담보로 보유합니다. 코인을 가진 사람이 언제든 법정 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보유하는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가치와 페깅된 코인이라면, 스테이블 코인 1개당 1비트코인을 담보로 예치해두는 식이죠. 대표적인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DAI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가치를 고정하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와 공급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고정해두는 방식인데요.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수요와 공급이 깨지는 순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급격히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테라-루나 사태죠.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가치를 고정하기 위해 발행되던 암호화폐 루나의 가치는 6일 만에 99%가량 하락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테라-루나 사태 사건 요약

     

    테라USD(UST) : 테라폼랩스라는 회사가 만든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1UST=1$로 가치를 유지합니다.
    루나(LUNA) :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테라USD의 가치를 1$로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토큰입니다. 일반적인 가상자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테라USD는 유망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테라 생태계에 사용되는 가상자산 루나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 8위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가상자산이었죠. 

    그러나 5월 초,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의 가격이 폭락했고, 루나의 가격 역시 함께 폭락했습니다. 주목받던 스테이블 코인과, 시가총액 8위까지 찍었던 메이저 가상자산의 폭락은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폭락을 불러왔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의 겨울이 왔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테라USD와 루나에 투자한 많은 투자자들도 피해를 봤죠.

     

    테라-루나 생태계가 작동하는 원리는?

     

    일각에서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고 분석합니다. 테라USD와 루나가 상호작용하는 알고리즘은 지속되기 힘들었다는 것인데요. 테라는 어떤 원리로 루나를 활용해 가치를 1$로 유지하는 것이며, 왜 이 방식이 지속되기 어려운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테라USD는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이며, 1$로 가치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구체적으로, 테라USD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테라USD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서 가치를 유지합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테라USD의 가격이 1$보다 낮은 경우 → 테라USD의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1$까지 높인다.
    테라USD의 가격이 1$보다 높은 경우 → 테라USD의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1$까지 낮춘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 테더(Tether)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 코인하면 테더를 떠올립니다. 테더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인데요. 테더를 발행한 기관은 1달러를 입금받으면 1테더를 발행해주고, 사용자가 1테더를 반환하면 반환받은 테더를 소각하고 1달러를 돌려주죠. 테더는 현재 가장 규모가 큰 스테이블 코인이며, 고객이 맡긴 달러를 미국 국채나 금, 비트코인 등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냅니다.

     

    스테이블 코인, 어디에 사용할까?

     

    스테이블 코인은 국가 간 무역대금 결제나 국제 송금에 주로 사용됩니다. 결제 수수료가 낮고, 24시간 언제나 빠르게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AI가 결제 대금을 처리할 때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의 결정 없이도 계약 내용에 따라 정해진 시점에 정확한 결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 밀어주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을 좋아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행보를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상자산 서밋을 개최하고 비트코인 비축, 가상자산 규제 철폐, 스테이블 코인 활용 등을 언급했는데요. 특히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월 초,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건 증권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제가 스테이블 코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왜 좋아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 코인을 활성화하려는 배경에는 줄어드는 미국 국채 수요 문제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를 지켜내며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데요. 그러려면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신뢰와 수요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달러 패권은 미국 정부의 신용과 경제 안정성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미국 국채 가치가 흔들리면 달러에 대한 신뢰도 동반 약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해 중국이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대량의 국채가 시장에 풀리며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게 되며,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향후 국채 발행 시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요. 안정적인 국채 발행을 위해선 누군가 미국 국채를 사줘야 하죠. 자칫 매수자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달러 패권에도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스테이블 코인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하면 스테이블 코인 운영사는 그만큼 달러를 보유해야 합니다. 이때 스테이블 코인 운영사는 달러를 그냥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채 등 안전하면서도 유동성이 높은 투자처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요. 스테이블 코인 운영사가 미국 국채에 투자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국채를 팔고 얻은 돈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의 가치(=미국 국채의 가치)를 지키고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 수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직접 스테이블 코인 사업 진출하기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이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참여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은 최근 USD1이라는 이름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USD1은 테더와 마찬가지로 1달러에 페깅되며, 높은 안전성을 위해 과도한 수익 창출 메커니즘을 피하고 보수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WLFI 외에도 리플, 로빈후드 등 여러 업체가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발을 내딛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확장판, RWA

     

    RWA란?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토큰)란 블록체인을 활용해 부동산이나 금부터 국채나 채권, 주식과 같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주식과 같은 실물자산을 정해진 거래소가 아니라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요. RWA는 예술 작품이나 자동차 등 어떠한 실물자산에 대해서도 발행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STO(토큰 증권)와 RWA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STO는 증권형 자산만을 대상으로 하며 발행된 토큰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돼 기존의 증권에 적용되는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STO는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 정해진 플랫폼에서 거래되죠. 반면 RWA는 STO보다 더 다양한 실물자산을 대상으로 하며, 디지털 자산이 디파이와 같은 탈중앙화 플랫폼이나 블록체인상에서 거래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STO는 금융 상품에 가깝고, RWA는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자산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RWA와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은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RWA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도 달러와 같은 법정 화폐를 실물자산으로 삼아 디지털 자산(가상자산)의 형태로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자산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을 연결한다는 차원에서도 스테이블 코인과 RWA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RWA 시장이 성장하면 추후 RWA를 거래할 때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RWA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직 RWA 시장이 초기지만, 업계는 RWA의 거래 과정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 RWA의 성장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하나둘 RWA를 출시하면서 RWA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여줍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국채 기반의 RWA ‘BUIDL’(비들)을 출시했으며, 비들의 운용 규모는 20억 달러에 가깝게 성장했습니다. 이 외에 피델리티가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RWA 출시를 위해 증권거래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완료하는 등 다른 자산운용사도 RWA 출시에 가세하는데요. 이에 전체 RWA 시장 규모는 반년 만에 2배 성장하며 5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CBDC와 스테이블 코인

     

    CBDC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란 단어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우리나라를 예시로 들면 한국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화폐가 CBDC인데요.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안정적이며, 신뢰도가 높고 거래 역시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중간에 결제를 중개하는 기관 수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죠.

    CBDC는 그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스테이블 코인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 기업이나 재단이 운영하며, 아직 규제가 완벽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나 보호가 미흡합니다. 그러나 CBDC는 중앙은행이 관리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더욱 단단하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또한 운영 기관의 문제로 페깅이 깨질 가능성이 있는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CBDC는 국가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그 가치가 유지되므로 안정성이 더 높죠.

     

     

    우리나라의 CBDC, 프로젝트 한강

     

    한국은행은 6월 말까지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 아래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CBDC의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한국은행의 CBDC는 사용처에서 QR코드를 찍으면, CBDC를 기반으로 하는 예금 토큰으로 결제가 진행됩니다. 사용자가 보유한 예금 내 잔액 중 사용하는 만큼의 금액이 예금 토큰으로 바뀌어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실제 사용자가 결제할 때는 일반적인 간편 결제와 크게 차이점은 없죠. 프로젝트 한강 테스트는 1인당 예금 토큰 100만 원 한도 테스트 기간 중 총 결제 한도는 500만 원 이내에서 진행됩니다.

    한편, 한국은행은 사용자의 일상적인 거래에서 CBDC를 사용하는 프로젝트 한강과 별도로, 우리나라 포함 7개 국가의 중앙은행이 참여해 국가간 지급결제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이지만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이 모두 참여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CBDC 금지?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CBDC 실험이 진행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CBDC가 금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연방은행이 CBDC를 발행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CBDC가 정부의 감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입니다. 다만, 미국의 CBDC 금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CBDC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필요해

     

    미국이 CBDC보다는 스테이블 코인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국채 수요를 확보하는 것처럼 원화 스테이블 코인도 잘 성장하면 우리나라 국채 수요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수출입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스테이블 코인으로 국제 결제를 진행하면 수수료 절감과 무역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서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은 전성기 시절을 넘어섰습니다. 2022년 초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은 1,900억 달러에 육박했으나 이후 1,500억 달러를 밑돌며 주춤했는데요. 올해 초 시가총액이 2천억 달러를 넘어서며 다시금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얼마나 더 밀어줄지, RWA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 코인의 연결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지켜본다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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