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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지난 7일(현지 시각) 개막해 10일까지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가전 전시회로 분류되지만, CES 2025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여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사실상 IT 전시회인데요. 2025년의 CES에서는 어떤 기술 키워드가 주목받았고, 각 분야에는 어떤 기술과 기업이 등장했는지 총정리해 봤습니다.
CES 2025 속 다양한 산업
올해도 여전히 AI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주장하지만, CES 2025에서는 여전히 AI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혁신적인 AI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입니다.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분석해 집이라는 공간에서 고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홈 AI’ 전략을 공개했죠. 냉장고부터 모니터, TV 등 여러 가전이 AI를 매개로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사용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진화 중인 흐름을 보여준 대목입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AI의 핵심 반도체로 불리는 HBM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5세대 HBM 16단 제품의 샘플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고성능 SSD 제품 등을 공개하며 ‘AI 토털 솔루션’을 강조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엿보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운전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모빌리티 기술이 돋보였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해 졸음운전 등을 파악하고 경고를 보내는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앞 유리창 하단에 여러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이 보이는 전시 차량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본 기업들도 오랜만에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혼다는 제로(0)라는 이름의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했는데,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의 이름을 본뜬 아시모 운영체제가 운전자의 감정을 파악하고 소통합니다. 전자 기업 소니와 혼다가 설립한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 전시관에서는 전기차 ‘아필라 1’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주차 중에는 내부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많은 관심 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CES 2025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의 트렌드는 예측형 헬스케어와 초개인화 치료였는데요. 침을 활용해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을 측정하는 캐나다 기업 엘리헬스의 ‘호르모미터’부터, 우리나라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계 ‘카트 비피’ 등이 대표적인 예측형 헬스케어 제품입니다. 또한, 상처 사진을 앱에 올리면 붕대 사용법 등 치료 계획을 추천하는 우리나라 기업 메디코스바이오텍의 솔루션은 개인화 치료제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기업 및 연구소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돋보였습니다. 가상현실 기기로 이명 치료를 도와주는 디지털 치료기를 개발한 한양대 ERICA HCI학과 게임연구실이 우리나라 대학 연구소 중에는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위로보틱스가 선보인 보행 보조와 근력 운동에 활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 윔(WIM)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K-스타트업, 열정을 보여주다
CES 2025의 유레카 파크(Eureka Park)는 스타트업이 모여 전시회를 구성합니다. 올해 1,3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모인 유레카 파크에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이 625개로 가장 많았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가 통합한국관을 구성해 445개 스타트업의 전시 공간을 마련한 덕분이죠. 최근 3년간 CES에 참여한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2023년 273개, 2024년 512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과 수출 기회를 늘려나갈 전망입니다.
엔비디아가 열어젖힌 CES 2025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
CES 2025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젠슨 황 CEO는 2017년 CES에서도 기조연설을 맡아 “우리가 꿈꿔왔던 AI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요. 이번 CES 2025에서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피지컬 AI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젠슨 황 CEO는 이러한 피지컬 AI를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새롭게 선보인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습니다. 코스모스는 실제 세계의 물리적 데이터를 AI가 손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우버, 샤오펑, 애자일로봇 등 여러 기업이 이미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는 “코스모스의 도입은 로봇 업계에서 ‘챗GPT 모먼트’를 일으킬 것”이라며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빠른 성장을 기대했습니다.
또한, 젠슨 황 CEO는 신규 GPU인 지포스 RTX50 시리즈와 초소형 개인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 등 다수의 신제품도 함께 공개했는데요. 다만,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AI 반도체 ‘블랙웰’과 차세대 GPU 플랫폼 ‘루빈’에 대한 언급이 빠진 기조연설로 인해, 발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현대차의 협력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통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와 로보틱스를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AI 기술의 적용을 한층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활용해 가상 환경에서 신규 공장 설계와 운영 과정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등, 사업 전반에서 AI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전망입니다.
또한 양사는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차량용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아직 엔비디아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선 폭넓은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SK도 엔비디아와 협력?
한편,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 기판을 제조하는 SKC도 최근 화제가 됐습니다. CES 2025를 계기로 엔비디아에 유리 기판을 납품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CES 현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뒤 SK그룹 부스에서 SKC의 유리 기판을 들고 “방금 팔고 왔다”라고 언급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암시했죠.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최 회장이 젠슨 황 CEO를 만난 사실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에서는 SKC의 유리 기판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집니다.
CES 2025의 신입생,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CES 2025에는 처음으로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됐습니다. 작년 12월 구글이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힌 후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이를 반영해 양자컴퓨팅 부문이 생겨났죠. 이번 CES에서는 양자 기술이 의료, 제조, GP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사례와 현황이 논의됐습니다. 또한 세계 최대 양자 콘퍼런스인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GO ‘양자 기술이 곧 사업’(Quantum Means Business)을 주제로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양자 기술의 상업적 가능성을 집중 탐구하는 시간도 마련됐죠.
양자컴퓨터 리더들의 생각은?
Quantum Means Business 세션에서 세계의 양자 분야 리더들은 양자 컴퓨팅 기술이 이미 산업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며, 2028년까지 최소 2대의 쓸만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이를 위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온큐 등 많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죠.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는 20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발언했는데요. 이 발언 직후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지나친 기대는 금물
CES 2025에서 양자컴퓨팅 부문이 처음으로 신설됐지만, 당장의 임팩트는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수많은 부스 중 양자컴퓨팅을 주제로 한 부스는 극히 적었고, 구글과 IBM 같은 선도 기업들도 부스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양자컴퓨팅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관심과 발전 속도가 가파른 만큼, 내년 이후 CES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이어집니다.
사실상 CES 2025의 주인공, 로봇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에는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른 특별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인데요. 젠슨 황 CEO가 강조한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 로봇들은 기조연설 이후에도 CES 2025 여러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로봇의 향연
로봇 청소기로 잘 알려진 로보락은 5축 접이식 팔을 장착한 새로운 로봇 청소기를 공개했습니다. 이 로봇은 경로에 놓인 양말 같은 장애물을 인식해 접이식 팔로 들어서 옮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는데요. 프랑스의 폴렌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관람객과 꽃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을 선보였고, 싱가포르의 이메지가 제작한 로봇 TOMO는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선언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홈 AI’ 테마를 내세우며 가정용 로봇 볼리를 올해 상반기 중 정식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며, 궁극적으로는 가정용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서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LG전자 역시 가사 노동에서의 해방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 LG전자는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800억 원을 투자하며 로봇 기술 강화에 나섰으며, CES 2025를 계기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기술력을 집중하죠.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양사는 로봇 산업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향후 시장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CES 2025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AI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가전 분야에서 여전히 뛰어난 제품성과 기술력을 선보이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소식도 전해졌지만, 원천적인 AI 기술을 공개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또한,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된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압도할 만한 기술력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발전을 넘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퀀텀 점프를 이루어야 할 시점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죠. 과연, 다음 CES에선 우리 기업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만한 혁신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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