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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보면 시각 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컴퓨터로 주변을 보는가 하면,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인 것 같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실제로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기술 덕분입니다. 오늘은 BCI 기술이란 무엇인지, 어디까지 왔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BCI 기술 제대로 이해하기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 또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뇌파를 감지해 해석하거나 뇌에 인공적인 신호를 전달해 외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죠. BCI 기술이 접목되면 사람은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반대로 컴퓨터가 사람의 뇌에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뇌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가 중요해
BCI 기술을 이해하려면 우리 뇌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는데요. 뉴런은 나트륨과 칼륨 이온을 이동시키면서 전류를 만들고,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가 이 전기 신호를 화학물질로 변환해 전달하면서 뉴런 간에 정보가 공유됩니다.
이때 뉴런이 만들어내는 전류에 의해 파동이 발생하는데 이를 뇌파라고 합니다. 뇌파는 사람이 하는 생각과 받아들인 정보, 자극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현재 발생하는 뇌파를 감지하고 이를 특정 생각을 할 때의 뇌파 데이터와 비교하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컴퓨터에 어떤 명령을 내리고자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BCI의 작동 과정은?
BC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뇌파를 측정해야 합니다.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거나 두피에 칩을 부착해 뇌파를 측정할 수 있죠. 이렇게 측정한 뇌파에는 각종 잡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큰데요. 잡파를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가장 핵심이 되는 뇌파만을 남기면 뇌파를 분석하기 위한 준비가 끝납니다.
이후 측정된 뇌파는 알고리즘을 통해 여러 샘플 뇌파와 비교되며 이 과정을 통해 해당 뇌파가 어떤 생각(명령)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뇌파를 분석한 결과가 ‘창문을 열고 싶어’라는 생각이라면 컴퓨터는 창문을 열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죠.
BCI와 AI의 궁합은 good
BCI 기술로 인간의 뇌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할 때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이 무궁무진하기에 그만큼 뇌파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지금까지는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으로 뇌파를 분석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뇌파의 특징을 하나하나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AI 딥러닝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뇌파의 패턴을 학습하고 분석하기에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뇌파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뇌파를 파악하는 방법
BCI 기술은 뇌파를 감지하는 방식에 따라 뇌에 직접 칩을 이식하는 침습형, 두피에 장비를 부착하는 비침습형으로 나뉩니다.
1️⃣ 뇌에 직접 전극을 꽂는 침습형
침습형 BCI는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 뇌파 신호를 측정합니다. 외과 수술을 통해 두개골을 개방하고 뇌에 직접 전극 칩을 이식해야 하는데요. 뇌와 전극이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다른 잡파를 최소화하고 뇌파를 가장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침습형 BCI는 뇌에 전기 신호를 전달해 외부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단점도 존재하는데요. 외과적 수술을 통해 두개골을 열고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해야 해 난이도도 높고 위험도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또한 뇌와 전극이 맞닿는 부분에 흉터가 생겨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전극이 전기 신호를 받아들이는 민감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다만,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뇌파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 대다수 BCI 기업이 침습형 BCI를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2️⃣ 외부 장치를 활용하는 비침습형
비침습형 BCI는 헬멧과 비슷한 형태의 장비를 활용해 두피에 뇌파를 읽을 수 있는 단자를 부착함으로써 뇌파 신호를 감지합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장비로도 간편하게 뇌파를 감지할 수 있어 비용이 저렴한 편이며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비침습형 BCI는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접목할 수 있죠.
그러나 비침습형 BCI는 외부에 단자가 존재하므로 뇌파 외에 각종 잡파가 많이 섞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잡파를 제거하고 순수한 뇌파만을 남겨두기 위한 전처리 과정이 더 길어지죠. 또한 뇌와 직접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신경 신호를 전달할 수 없어 [사람→컴퓨터]의 단방향 명령만 가능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BCI 기술, 무엇을 할 수 있나?
의학과 BCI의 만남
BCI 기술은 의료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입니다.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BCI 기술 덕분에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고, 휠체어나 로봇팔 등을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이에 BCI 기술은 신체적 불편함이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또한, BCI 기술은 지금까지는 약물이나 심리 치료 등으로만 접근할 수 있던 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감을 줄이는 신호를 전달하거나 뇌와 척수 사이의 신경 신호를 연결해 신체 마비 환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치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비침습형 BCI는 전자약 형태로 불면증, 우울증, 비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게임과 BCI의 만남
BCI 기술은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BCI 기술로 뇌에 직접 시각, 청각 신경을 자극하는 신호를 전달하면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게임 속 세상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진 것처럼 인지하게 됩니다. 여기에 뇌파를 감지해 게임 속 세상과 상호작용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실감형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한때 많은 주목을 받았던 메타버스 역시 BCI 기술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AR, VR 기술과 함께 실감 나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BCI 기술로 현재 AR, VR 기술보다 훨씬 실감 나는 가상 세계를 만들고 내 생각과 명령이 즉각 반영된다면 메타버스와 현실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입니다.
모빌리티와 BCI의 만남
BCI 기술은 자율주행의 불완전함을 해결할 열쇠로도 주목받습니다. BCI 기술로 뇌와 차량을 연결하면 찰나의 생각만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더욱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BCI 기술로 뇌에 직접 내비게이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따로 쳐다보지 않고도 각종 교통 정보를 인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BCI 기술 1인자, 머스크의 뉴럴링크
뉴럴링크의 탄생
뉴럴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설립한 BCI 관련 기업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결국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거라 전망했는데요. 이에 인간이 인공지능에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뉴럴링크를 설립했습니다.
뉴럴링크의 주력 제품, 텔레파시와 블라인드사이트
뉴럴링크는 현재 2가지의 주력 제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침습형 BCI 칩, ‘텔레파시’인데요. 텔레파시는 2024년 1월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놀란드 아르보는 텔레파시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컴퓨터를 조작하고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됐죠.
현재 놀란드 아르보에게 이식된 BCI 칩 중 85% 정도가 뇌에서 빠져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뉴럴링크는 아르보의 뇌가 생각보다 많이 움직이면서 칩이 뇌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후 뉴럴링크는 뇌에 조금 더 깊이 칩을 이식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며, FDA로부터 2차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대상자를 모집 중입니다.
뉴럴링크의 두 번째 주력 제품인 블라인드사이트는 시력 회복을 돕는 의료기기입니다. 블라인드사이트는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BCI 칩을 통해 뇌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고 알려졌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시각 피질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해당 이미지를 낮은 해상도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며, 점차 해상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적외선과 자외선 파장까지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라인드사이트는 최근 FDA가 선정한 ‘혁신적 장치'(Breakthrough Device)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BCI 기술은 아직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뉴럴링크만 하더라도 뇌에 이식한 칩이 이탈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부작용을 해결해야 하고 앞으로 더욱 많은 종류의 명령이 가능해지려면 뇌파를 해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많은 기업이 속속 연구에 뛰어드는 만큼 BCI 기술이 그려나갈 무궁무진한 미래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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