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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를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많지만 막상 내가 가입한 보험을 따져보자면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보험의 종류부터 복잡한 상품 구조, 다양한 보장 방식 등으로 인해 머리가 아파오는데요. 보험 업계는 금융 업계 중에서도 돈을 잘 버는 업계로 통합니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분기마다 조 단위의 높은 수익을 내는 회사가 여럿 있습니다. 오늘은 보험과 보험회사를 차근차근 뜯어보며 업계의 지형과 위기 및 기회 요인을 여러방면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한 보험, 이거 하나로 끝
생명보험, 손해보험 다른 점은?
보험은 크게 생명보험, 손해보험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생명보험은 사람의 생사와 관련된 것을 주로 다룹니다. 보험 가입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데요. 암보험과 사망보험(정기보험&종신보험), 연금보험 등이 대표적인 생명보험입니다. 사전에 약속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정액 보상 방식을 원칙으로 하죠.
🔍 정기보험과 종신보험:
사망보험은 정기보험과 종신보험으로 나뉩니다. 정기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미리 정해진 보험 기간 내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데요.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을 보험 기간으로 하며, 사고나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해 죽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손해보험은 주로 재산상의 손해를 다룹니다. 교통사고로 자동차가 망가졌을 때, 화재로 집이 훼손됐을 때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화재보험, 여행보험, 해상보험 등이 손해보험에 속합니다.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인 재해보험도 대표적인 손해보험이죠. 생명보험과 달리 실제 손해가 난 만큼만을 보험금으로 내주는 실손 보상이 원칙입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는 제3보험도 있습니다. 질병과 상해, 간병과 관련한 보험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실손의료(실손)보험이 바로 제3보험에 해당하는데요. 실손보험은 국민 10명 중 7명이 가입했을 만큼(2022년 평균 가입률 72.8%)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립니다. 진료비에서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률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액 보장합니다.
병원 진료비는
진료비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급여 항목과 그렇지 않은 비급여 항목으로 나뉩니다. 이때 급여 항목은 다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공단부담금과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으로 나뉘죠.
보험이 재테크도 된다고?
한편, 보험은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으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은 보험 가입 기간 발생한 사고나 질병, 상해 등에 대한 경제적 보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요. 저축성 보험보다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보험금을 받을 일 없이 보험 계약이 만기되더라도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이와 달리 저축성 보험은 보험 계약이 만기되면 이전까지 낸 보험료에 이자를 얹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위험 보장과 목돈 마련 또는 노후 대비를 함께하고 싶은 경우 가입하기 좋은데요. 은행의 정기 예금과 비슷하지만, 매달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면 환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 손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연금보험, 교육보험, 재테크보험 등이 있죠.
이제 보험회사를 알아볼까
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회사 역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로 나뉩니다. 생명보험사는 생명보험만을, 손해보험사는 손해보험만을 다뤄야 하는데요. 제3보험만을 단독으로 다루는 보험회사는 없기 때문에 제3보험은 두 회사 모두에서 취급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생명보험사는 22곳, 손해보험사는 31곳입니다.
보험회사는 피보험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고, 수익성이 좋은 투자처에 투자를 하면서 자산을 쌓아갑니다. 보험료를 많이 받고 자산운용 수익이 높을수록 자산 규모가 커지는데요. 피보험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도 여기에서 충당할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총자산은 약 881조 원, 손해보험사의 총자산은 약 344조 원이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보다 자산 규모가 큽니다. 생명보험은 기업의 믿을 만한 수익창출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생명보험은 일반적으로 위험 부담이 높고 보장해야 하는 보험금이 커, 손해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망이나 암 발병 시, 그리고 특정 연령 도달 시 보험금을 지급하기에 보험금 지급 건수도 적은 편입니다.
손해보험사는 주로 자동차, 상해, 책임, 해상 보험에서 보험료를 거둬들입니다. 특히 국내 약 2,500만 차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의 보험료 수익이 전체 매출의 20~25%가량을 차지하죠. 손해보험사는 이 외에도 다양한 보험 상품을 출시합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가입해 화제가 됐던 신체보험이나 날씨보험, 휴대폰보험, 웨딩보험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보험 업계의 실제 성적표
현재 어떤 상황이냐면
올해 상반기 보험회사(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115조 6,918억 원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9조 3,663억 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는데요. 금융자산의 평가이익이 줄어드는 등 투자 손익이 감소했음에도 보험상품의 판매 확대 등으로 인한 보험손익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2022년 수입보험료 기준 한국의 보험시장 규모는 세계 7위입니다.
🔍 수입보험료와 원수보험료: 원수보험료는 보험회사가 보험 계약자와 직접적 계약을 통해 받은 보험료이고, 수입보험료는 회계연도 내 보험회사가 벌어들인 보험료 총액을 말합니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모두 대형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빅3로,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빅4로 여겨지는데요. 생명보험사 빅3의 총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의 56%에 달했고, 손해보험사 빅4의 2022년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70% 정도였습니다.
대형사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입니다. 국내 보험사 순위를 정하는 별도의 기준은 없지만, 흔히 자산과 보험수익, 순이익, 재무건전성 등 다양한 지표를 고려하는데요.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의 자산(약 281조 원)은 전체 생명보험사의 30%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실적 모두에서 손해보험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생명보험사 중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자산 2위(약 126조 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3위는 교보생명(약 117조 원)이었는데요. 그러나 교보생명은 작년에 등장한 CSM에서 신한라이프에 밀리며 빅3 자리를 위협받는 모습을 보입니다. 신한라이프는 당기순이익에서도 교보생명과의 격차를 100억 원 미만으로 좁혔죠. 다만, 올해 1분기에는 교보생명(4조 5,141억 원)이 수입보험료에서 한화생명(3조 4,348억 원)을 제쳤습니다.
손해보험사의 순위 경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1위 삼성화재를 제외하고 2~5위 순위의 자리바꿈이 빈번한데요. 2022년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21.9%), 현대해상(17.9%), DB손해보험(17.6%), KB손해보험(13.4%), 메리츠화재(11.8%) 순서였습니다.
그러나 DB손해보험이 올 1분기 총 자산에서 현대해상을 앞질렀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서도 삼성화재(8,971억 원)를 이어 2위(7,666억 원)를 차지했는데요. 메리츠화재(6,606억 원), 현대해상(6,411억 원), KB손해보험(3,666억 원)이 그 뒤를 이으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고속질주 중인 메리츠화재, 삼성화재도 위협할까?
메리츠화재(39조 2,783억 원)는 올해 1분기 총자산에서 KB손해보험(37조 3,402억 원)을 제쳤고, 영업이익에서 현대해상을 앞질렀습니다. 메리츠화재의 작년 당기순이익(1조 5,748억 원)은 전년 대비 약 25% 급증했는데, 이는 삼성화재(1조 8,216억 원)에 이은 2위 수준이었습니다.
메리츠화재의 상승세가 삼성화재의 자리도 위태롭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아직 전체 실적에서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를 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의 주요 사업인 자동차보험의 비중도 크지 않은 상황이죠.
보험 업계의 성장 가능성과 한계
엇갈리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8% 줄었고,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3조 5,941억 원)은 손해보험사보다 2조 원 이상 적었는데요. 생명보험사 성장의 위험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사망 후보다 생존 시 보장을 찾는 방향으로 소비자 니즈가 변화했고, 이에 기존 생명보험보다 제3보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2020년 이후 8%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5조 7,722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었는데요. 이는 보험상품 판매 확대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 같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손해보험사의 보장 영역이 늘어나고 책임보험의 시장이 커지는 점이 호재로 작용합니다.
한편, 전반적인 보험 업계를 본다면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탓에 성장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2022년 기준 내국인의 보험 가입률은 86%로, 거의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인구 감소 추세는 보험 수요와 새로운 계약 대상이 줄어드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죠. 고령화는 보험금 지급의 증가로 이어져 보험회사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회는 여기에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이 보험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보험회사도 IT기술을 활용한 인슈어테크(Insurance+Technololgy)를 통해 효율성 향상을 이끌 수 있습니다. AI심사나 빅데이터 기반의 자동청구 및 자동지급이 가능해지는 건데요. 보험의 디지털화로 고객별 맞춤형 보험이나 구독형 보험 등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3의 플랫폼에 보험 상품을 내장(embed)해 판매하는 임베디드(Embedded) 보험을 서비스할 수도 있습니다.
🔍 임베디드 보험: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보험 사업자 등 제3의 플랫폼에 내장돼 제공되거나 비보험 사업자의 상품 및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는 보험입니다. 여행사 플랫폼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때 수하물 분실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 임베디드 보험의 사례입니다.
또한, 신사업 확대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실버 관련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요. 치매, 요양보험을 출시하고 헬스케어 센터나 요양센터, 실버타운을 설립하는 식으로 신규 먹거리를 확보하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KB라이프생명은 프리미엄 요양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신한라이프는 요양센터에 이어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 중이죠. 여기에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 확대를 위한 해외시장 공략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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